박선원, 돌연 '전술핵 재반입' 주장...어떤 의도 있나?

홍준표 등 주장과 거의 같아...비핵화 원칙 스스로 무너뜨리나?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 시절 외교 안보 자문 그룹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13일 전술핵 재반입 주장을 내놓았다. 그의 '돌발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다시 배치되면 북한의 핵과 '공포의 균형'이 이뤄지게 되고, 그 바탕 위에서 사드 철수나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김정은 정권 교체에 집중하면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

그러나 '전술핵 재반입'은 단순한 외교나 협상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교감 하에서 나온 주장인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인 박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 안보상황 부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단장이 서훈 국정원장이었다. 박 전 비서관은 현재 일선에 나서지 않은 상태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송민순 메모' 파문으로 보수 언론의 공격 대상이 됐을때 적극 나서서 방어했을 정도로 문 대통령과 교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주파' 찍혔던 박선원, 비핵화 무너뜨리고 美 전술핵 들여오자?

박 전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김정은 괌 포위공격훈련 대처 4대 패키지 방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1. 핵균형 확보와 전천후 대북억제를 위해 전술핵을 재반입한다. 2.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드 가동 당분간 중단하라 3. 한미연합훈련을 재래식 전면전 대비 목적이 아닌 비대칭 위협 대비라는 방어적 성격으로 제한하라 4. 필요가 김정은 정권 교체를 위한 대북 장치 심리 전쟁을 개시하라"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박 전 비서관은 특히 전술핵 재반입을 통해 "(대북) 공격 능력에서 핵균형 회복"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전략군사령부가 괌을 때리겠다(공격하겠다)는 것은 김정은이 괌의(괌으로부터의 대북) 핵 전력 전개를 막으라는 지시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 김정은과 김락겸은 지난해 괌에 있는 B1-B 전략핵폭격기가 악천후로 인해 예정 전개 시간보다 48시간 늦게 한반도에 전개된 사실에 주시하고 있다. 즉, 괌을 고립시키면 미국의 핵 폭격 자산의 전개가 늦어지고 그 틈을 이용해서 북한이 핵전쟁 위협 아래 재래전 공격을 병행하면 72시간이내에 우리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을 것"이라고 북한의 전략을 분석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 전 비서관은 "이제 북한의 핵전쟁수행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에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에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며 "단 한미협의시 향후 2년간 긴급전개라는 시한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건부, 혹은 시한부 전술핵 도입이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배치로 (대북 핵무기) 공격 능력 부분에 핵균형이 확보된 이상, 방어 부분의 사드는 불필요"하게 된다고도 주장했다. 사드 배치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연합훈련 축소도 가능하다고 봤다.

박 전 비서관은 이어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 과거 김일성/김정일 정권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정치적 행위자라는 관점"을 가지고 "(우리 정부가) 정권 권교체를 위한 대북 정치 심리전 공격에 나서겠다고 천명해야만 김정은이 지금 자신이 하는 공격적 책동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과 그의 핵심 보위 집단에게는 정권 교체 카드 외에는 효과적 위협 수단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이상의 옵션은 동시에 하나의 세트로 운용해야 하며, 우리 정부의 이같은 선택은 전적으로 북한의 도발로 인해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으로 북한의 행동 변화만이 이를 돌이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이미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 재반입은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주장이다. 특히 홍준표 전 대선후보의 공약 중 하나가 '전술핵 재반입을 통한 한반도 핵 균형론'이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이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전술핵 재반입을 통한 '공포의 균형론'을 설파한 적이 있다.

1991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후 철수된 전술핵을 재반입한다는 것은, 비핵화 원칙을 우리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적으로 '명분'에서 우위에 설 수 없게 됨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보유 명분을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술핵이 '지역 전투'의 목적이라고 해도, 중국이 반발하며 남한에 협조적인 태도를 버릴 가능성은 크다. 1991년과 지금의 중국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이 박 전 비서관의 주장대로 '행동 변화'를 일으킬지 여부 역시 미지수다.

박 전 비서관은 보수 야당과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노무현 정부 내 이른바 '자주파'로 분류, 강하게 비판해왔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의 주장에 맞장구치면서 '안보 논쟁'은 묘한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보수 언론 등은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크게 호응할 수 있다.

박 전 비서관이 이같은 주장을 갑자기 내놓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에 반영된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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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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