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가 처음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의 참담한 영상

"'헬기'가 자빠져 앉아있다.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상외과 교수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것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이 교수가 "처음 공개한 것"이라고 한 해당 영상에서 구조 헬리콥터는 참사 당시 각종 구조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탑승자 중 172명만 구조되고 304명이 사망·실종된 것이 관료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CBS 강연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된 진도 맹골수도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 본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때 11시 반에 그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배(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제 눈으로 아무것도 못하면서 봤다구요. 배 보이세요? 떠 있잖아요, 둥둥? 이게 (구출된) 마지막 학생들이에요. 174명. 저는 이게 마지막인 줄 몰랐어요."


이 교수는 "그때 11시 반에 그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배(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제 눈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봤다. (중략) 헬리콥터들이 왜 다 앉아 있을까요?"라며 "거기 앉아있던 헬리콥터가 5000억 원어치가 넘는다. 대한민국의 메인 구조 헬리콥터들이 다 앉아 있다"고 말했다. 는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라고 비판했다. 즉각 대응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재난 구조 시스템을 꼬집은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자신이 탄 헬리콥터가 목포에 있는 비행장이 아닌 산림청에서 급유한 사실을 전하며, "거기(목포) 비행장이 몇 개인데 왜 기름이 안 넣어질까요. 왜 그런 것 같아요? 공무원이 나빠서 그런 것 같으세요?"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구조 헬리콥터가 움직이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대신 일본과 한국의 안전 시스템을 비교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선 방진이 날아오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서도 구조 헬리콥터와 의사들이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한국은 아니었다는 것. 이 교수는 "이게 우리가 만든 사회의 '팩트(현실)'"라고 꼬집었다.


▲ CBS <세바시> 강연 중 이국종 교수가 공개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구조 현장 영상.

이 교수는 그해 7월 세월호 구조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5명이 순직한 사고를 언급하며, "이때는(세월호 침몰 당시에는) 자빠져 앉아있게 하다가 왜 나중에 비행시키느냐구요. 왜? 쓸데없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기장이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와중에도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조정간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이게 우리가 그 자랑하는 시스템이에요, 우리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팩트에요. 어떻게 보면, 그냥 리얼한 모습이에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저보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구나' 그러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는 이 교수는 "끝까지 해보자고 하는 게 저희 팀원들"이라며 동료애와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 강연 마지막으로, "이렇게 해서 좀 더 사회가 혹시라도 발전하게 되면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피랍 선박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는 등 중증 외상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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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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