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 정권 시절 MBC가 사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인사 평가, 인력 배치를 한 것은 지난 정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의 MBC 버전'"이라며 "문건 작성 시점이 김장겸 현 MBC 사장 취임 직후였다는데, 공영 방송으로서 수장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공영 방송 언론사 사장의 '자질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정권 교체 이후 처음이다. '김장겸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 노조)에 집권 여당이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이다. (☞관련 기사 : "보도국 방출 필요" MBC '기자 블랙리스트' 공개 파문)
같은 당 백혜련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MBC판 블랙리스트'의 배후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면서 "작성된 경위, 관련자 색출, 배후 등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특히 검찰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기획한 청와대가 MBC 블랙리스트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청와대 개입 여부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한다면 김장겸 현 MBC 사장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야 한다고 말한 셈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이러한 발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공영 방송 개혁'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찰, 국정원 등 국가기관과 더불어 '언론 적폐'도 청산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공영 방송"이라며 "방송의 무너진 공공성,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방송 독립성'을 보장해주라고 당부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해직 기자 복직'에도 힘을 실어줬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부당 해고자들을 즉각 복귀하는 것이 방송 공영성 회복의 첫 걸음"이라고 공영 방송 사측을 압박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공영 방송 지배 구조를 개편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리라고 예고했다. 여야의 공영 방송의 이사 추천 몫을 7대 6으로 하되, 사장을 임명할 때 이사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것이 법안 골자다.
집권 여당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법안을 집권 여당이 추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유한국당이 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정권에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히려는 꼼수"라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은 '방송 장악 저지 투쟁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방송 장악 저지 투쟁위원장'은 <조선일보> 출신인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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