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거 北美협상 자료를 뒤적이게 될 것이다

[한반도 브리핑] 북한 미사일 임계점 도달할 때 북미 비밀접촉 시작될 것

북한이 7월 28일 심야에 '화성 14형' 미사일 2차 실험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향한 길로 성큼 다가섰다. (북한은 '화성 14형'을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부르고 있다) 북한은 이번 실험발사는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확증'하자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재진입 기술 과시 못한 북한

북한은 이미 지난 7월 4일에 화성 14형 1차 실험 발사를 실시했다. ICBM 기술의 최종단계라고 할 수 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따라서 2차 실험발사에서 과연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이번 실험에서 재진입 기술을 확증했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탄두를 대기권에 △유도 및 자세조종이 정확히 진행 △수천 도(℃)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 유지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가 정상 동작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언급한 이 세 가지는 재진입을 확증하는 3대 요소다. 즉 △대기권에 정확한 각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 △재진입시 발생하는 섭시 7000도 정도 고온 견디기 △재진입 과정에서 대기권과 충돌 견디기라는 세 가지를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러먼 선임연구원은 화성 14형의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한 후 작은 조각으로 나눠진 뒤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 확증 여부는 바다에 떨어진 탄두를 인양하면 명확해진다. 하지만 탄두 인양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세 가지 재진입 기술을 확증했다고 하더라도 ICBM 완성을 위해서는 두가지를 추가로 확증해야 한다. 재진입한 탄두를 목표지점까지 정밀하게 유도하는 것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한 두 차례의 실험발사는 모두 80도를 넘는 고각 발사였다. 북한은 화성 14형을 최대고각으로 발사하여 고도 3724.9 킬로미터(㎞)까지 상승했고, 998㎞ 거리를 47분 12초 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고각 발사로 주변국의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하지만 고각 발사했을 경우 낙하할 때 탄두는 수직에 가까이 대기권을 향해 떨어진다. 낙하과정이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보다 불안정하다. 또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에는 대기권에 수직보다도 낮은 각도로 진입하기 때문에 탄두가 튕겨 나갈 수 있다. 마치 물수제비 놀이를 할 때 튕겨나가는 돌과 같이 탄두가 대기권에서 튕겨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화성 14형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의 유도 및 자세 조종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고각 발사를 통해서 실험했을 뿐이다. 정상 발사에서 재진입을 확증하지는 못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증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 지난 7월 28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화성 14형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의도

북한은 이번 화성 14형 2차 발사 실험으로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케트를 기습발사할수 있는 능력이 과시' 되었다고 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의도하는 것은 미국 본토 전역을 대상으로 해서 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차례의 화성 14형 실험발사를 통해 북한이 입증한 것은 '미국 본토의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과시했다는 주장은 아직까지는 입증하기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과시'하지는 못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미국 본토 상공에 미사일을 보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에게는 위협이 된다. 머지않아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또 상공에서 핵무기를 폭파시키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전자통신장비를 마비시키는 EMP탄과 같은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은 지속적으로 ICBM 기술 향상을 위한 실험을 할 것이다. 이미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우리의 일정에 따라 주, 월,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4월 18일 평양발 영국 BBC와 인터뷰) 북한이 정상각도로 ICBM을 발사하여 재진입과 목표지점 유도에 성공하는 것이 북한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날이 될 것이다.

북미 미사일 협상 실패, 누구의 책임인가?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서 화성 14형 발사실험을 한 것은 북한판 도광양회(韬光养晦)에서 벗어나 북한이 본격적인 미사일 굴기(崛起)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광양회는 "칼날의 빛을 칼집에 숨기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삼국지에서 유래한 말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주석은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은 앞으로 100년간 도광양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도광양회는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외교정책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북한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하여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에게는 대포동 1호 미사일로 잘 알려졌지만 실패한 인공위성이 그 실체다.

이후 북한은 지금까지 인공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한 미사일 개발을 해왔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차원이지만, 인공위성과 미사일은 로켓을 발사체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핵무기-원자력 발전과 같이 미사일-인공위성도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인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기술 개발을 칼집 속에 숨기고 도광양회를 했던 것이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미국과 미사일 회담을 하기도 했다. 북미 미사일 협상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과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북미 협상은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 시절의 북미 협상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불충분한 의사소통 때문에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지만 책임을 따진다면 북한 탓이 더 크다. 두 차례의 북미 미사일 협상 실패로 결국 북한이 화성 14형을 실험발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북미 미사일 회담은 1996년 베를린에서 시작했다. 미사일 회담이 본격화된 것은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부터였다.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은 보수적인 페리 전 국방 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하였다. 페리 조정관은 1999년 5월에 평양을 방문하여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제시하고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지를 촉구했다.

그해 9월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조치 완화를 발표하자 북한은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그리고 2000년 7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회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경제지원이 논의되었다. 그 결과로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북미 미사일 협상은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지속되지 못했다. 북한과 미국의 두 번째 미사일 협상은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했다. 2011년에 접어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게이츠 국방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에 도달하는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동전의 양면

게이츠 국방 장관은 2011년 1월 중국을 방문하여 향후 5~6년 이후에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본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직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서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이후 2011년 5월 말 미국의 킹 인권대사와 데이비스 미국 대외원조처(USAID) 사무차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오바마 정부들에서 사실상 첫 번째 북미 미사일 회담이었다. 그해 12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3차회담이 연기됐고, 북미 접촉을 통해 2012년 2월 23~24일 베이징에서 3차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 이후 2월 29일, 북한과 미국은 2.29 합의로 알려진 북미회담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 활동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약속했다. 미국은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하기로 했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북한은 3월 16일, 4월 12~16일 중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방향으로 지구 관측위성 '광명성-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즉각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의 조야에서는 2.29 합의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약속했는데 북한한테 뒤통수 맞았다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북한은 2012년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서 강성대국을 선포하고 축포용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에 위성 목적의 로켓 발사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 북미 간에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위성 발사를 미사일 기술 개발용으로 생각하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북한이 가볍게 여긴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이 이미 국제사회의 이런 시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8년 인공위성 광명성 1호 발사 이후에 "우리가 위성 보유국으로 되는 것은 너무도 당당한 자주권의 행사이며 이 능력이 군사적 목적에 돌려지는가 않는가는 전적으로 적대세력들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북한 외교부 대변인성명, 1998.9.4.)고 했다. 또 재일조선인총연합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로켓 기술의 군사이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인공위성 기술이 언제든지 군사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미국을 겨냥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2009.4.4.)

위성 발사도 유엔결의 위반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은 "식칼도 총창과 같은 점이 있기 때문에 군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북한은 1998년 이후에 식칼 만드는 기술을 경우에 따라서 총창 만드는 기술로 전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국제사회에서 미사일 발사로 간주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상황이었다. 2.29 합의 이후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은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 소홀히 여긴 것이다.

북미 비밀접촉은 언제?

화성 14형 발사 실험을 두차례 한 것은 북한이 식칼 기술을 총칼 기술로 전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 앞으로 재진입 기술과 유도 기술 과시를 통해서 미국의 '최대한 압박정책'에 북한판 '최대한 미사일 압박'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의도하는 것은 도광양회를 버리고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핵 능력을 강화해서 핵‧미사일 군축협상, 북미 수교 등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을 할 것이고, 북한의 진의 파악을 위한 조치에 돌입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두 차례 북미 미사일 회담과 관련한 자료를 들추게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최대한 압박을 교환해 나가다가 북한이 ICBM 완성의 임계점에 도달할 즈음에 미국과 북한의 비밀접촉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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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고려대학교, 경남대 북한대학원, 동국대 대학원, 평화연구소, 한국사회연구소에서 학술 및 연구 활동을 벌였고 1998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실장을 지냈습니다. 2003년부터 청와대 NSC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사)한반도 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 코리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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