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업의 가계대출 집중 영업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채무 장기 연체자의 채권 소각 등 금융 소외자 자활 방안이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통합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융위가 향후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에 집중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은행 소매영업이 위험 키워"
최 위원장은 그간 금융권이 혁신 중소기업 대출 등 생산적 분야보다 손쉬운 이익 상품인 가계대출, 부동산금융에 집중해 거시경제의 취약성을 키웠다며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에 관해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권이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아야 함에도, 차주(가계·기업)와 정책금융기관에 위험을 전가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고도 비판했다.
올해 4월 현재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보증대출 비중은 여전히 7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법인대표 보증 등 연대보증 관행도 아직 존재한다.
최 위원장은 "자본형성에 쓰이는 일부를 제외하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신용은 결국 금융불안을 키운다"는 어데어 터너 전 영국금융감독청장의 말을 인용해 현 금융권을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위가 '생산적 금융' 사회로 이행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은행이 돈을 많이 버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수익 원천이 온통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되는 건 문제"라며 "은행이 영업을 다변화하고 자금을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총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27.7%에서 지난해는 43.4%로 늘어났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위주 영업으로 수익성을 늘렸으나, 사회적으로는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더 키운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이 소매영업을 강화하면서 수익성을 키우는 데 골몰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데는 소홀히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최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일자리 창출 등 시대적 과제에 금융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연내 정책금융 지원체계를 혁신기업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하도록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가 정신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돼 온 담보·보증이 없어도 기술과 아이디어와 같은 무형자산만으로도 창업가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연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기술력과 함께 특허권, 매출전망 등 영업가치를 종합평가하는 기업가치평가 모형을 개발해 향후 은행 여신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법인대표 연대보증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증 위주 여신관행 개선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특히 금융위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8월 중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DSR 등 새로운 여신심사 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자영업자와 서민 등 금융 취약계층에 관한 대출 방안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소비의 발목을 잡고, 성장의 재앙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한계 차주 문제 등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이라며 "(경제 성장에 따라) 어차피 규모가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와 가처분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40만 명 이상 장기 연체채권 소각
금융위는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장기 연체채권 소각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도 나설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위가 '포용적 금융'에도 나서야 한다며 "국맨행복기금의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 장기 연체 채권 소각 대상자 40만 명"을 대상으로 장기 연체채권 소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공약을 구체화해 장기연체자의 재기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8월 중 추심관련 제도 개선과 부실채권 유통시장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한다.
낮은 신용자도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9월 중에는 개인신용평가제도 개선 방안도 내놓는다. 중금리 사잇돌 대출 취급기관에 기존 은행과 저축은행 외에 상호금융을 추가하고, 올해 4분기 중 대출 취급규모를 기존 1조 원에서 2조1500억 원으로 늘린다.
금융취약자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금융위 부위원장(의장)과 금감원 부원장, 서민금융진흥원장, 자산관리공사 사장, 각 업권 협회장과 민간 전문위원 등으로 구성된 '서민금융협의회'를 반기별 한 차례씩 운영한다고도 금융위는 밝혔다.
법정 최고금리는 현 27.9%에서 24%로 내린다.
금융위는 내년 1월 중 시행령을 내 최고금리를 이 수준으로 낮춘 후, 향후 시중금리 추이를 봐가며 추가 인하 여부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대출을 조장하는 대부업계 감독 강화 방안은 올해 3분기 중 마련하고, 불법 사금융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단속한다고 금융위는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서민계층 지원을 위해 금융위가 포용적 금융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