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빠진 靑회동, 여야 협치 출발선 되나?

국정현안 둘러싸고 예정시간 훌쩍 넘긴 '2시간 논쟁'

19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의 첫 회동에선 고위공직자 인사 원칙과 협치 등 그동안 여야 갈등의 원인이 됐던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오갔다.

이날 오찬이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던 만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 FTA 등 외교안보 현안들이 두루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홀로 불참한 가운데,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이 예정된 시간인 50분을 훌쩍 넘긴 2시간 동안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셈이다. 적지 않은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을 위한 단초는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혜훈 "탁현민, 오늘 안으로 해임하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및 참석했던 각당 대변인들의 브리핑에 따르면, 각당 대표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인사 5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입장 표명과 실질적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양보를 요청했다.

특히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부실 인사 검증으로 빚어진 일이므로 부실 검증 담당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선거 때 말씀 드린 것은 원칙이다.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이 원칙을 실천할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그래서 원칙만 가지고 따지다 보니 지적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가 끝나고 나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서 공개하고, 투명하게 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왜곡된 여성관을 담은 저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며 "탁 행정관에 대해 오늘 안으로 해임하라"면서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현재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괄 답변 방식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탁 행정관 거취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진통을 겪으며 논란이 된 협치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과거 여야가 주고받기식 타협을 하는 게 아니라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협치가 필요하다"며 "큰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할 테니 같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대선 때 쌓인 앙금을 털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협치 문제와 관련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협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야당이나 대통령을 위한 협치가 아니다"라며 야당에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 지시가 사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는 개별사건에 대한 감사나 수사가 아니라, 제도 개선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에서도 9차례 협의회를 열었는데 정치보복이나 사정에 활용된 사례를 보신 적이 없으실 것이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정치에 악용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지 지적해 달라"고 했다.

文대통령 "사드, 지금 하는 것이 최선의 입장"

여야 대표들은 이어 지난 원내대표 회동 때 약속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전작권 환수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신중한 접근, 한미FTA 개정협상 대책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주문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혜훈 대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 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방향이 대북 압박과 제제"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제안에도 "북한이 먼저 우호적 행동을 한다는 게 명확히 됐을 때 한해 상응하는 조치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채널 복원과 군사행동 중단 등 대북 조치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비판적 반응을 고려한 듯 "이번의 대북 제의는 사전에 미국에도 통보하고, 일본도 양해를 했다"고 이해를 구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해외순방 때, 미국, 일본 정상과 만났을 때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비정치적 인도적 대화의 구분에 대해 여러 번 설명을 했다"며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조건인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지만 그때 그때의 상황 속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또한 "그와 별개로 인도주의적인 대화는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며, 이 역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큰 부분들에 대해 공감해 주면 걱정하시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 최선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환경영향 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강조하면서도 "전 정부의 결정이지만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며 배치 철회 의사가 아니라는 점을 반복해 설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이것을 (국정과제에) '임기 내'에서 '조기에'로 수정해 시기를 못 박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의 약속이라는 이유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임기내'에서 '조기에'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한미 FTA 대책에 관해 문 대통령은 "재협상이 아니라는 것을 한미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며 "한미 간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서 각각 흑자와 적자가 엇갈리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재협상은 아니지만 개정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이 합의를 해야 한다"며 "개정 협상 요구는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통상교섭본부를 포함 했는데, 국회하고도 충분히 협의하게 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배석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미 정상회담 당시) 철강, 무역 등에 대해 미국 측이 오히려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한미FTA 재협상 논의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우린 준비 다했는데 저쪽은 준비 안 돼서 재협상 얘기를 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미 FTA와 관련해 지적재산권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자부가 협정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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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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