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보수는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여의도연구원이 우파 시민단체 연대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공천 파동과 총선 패배, 국정 농단과 탄핵 사태, 대선 참패를 겪으면서도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도, 물으려는 사람도 없다"며 "대선에서 참패한 후보가 바로 당 대표가 됐다. 국민이 과연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현직 당 대표인 홍 대표를 정면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교수는 "(한국당은) 극우 성향, 영남, 6070(세대) 정당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최후의 일각까지 알량한 힘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노추의 정치인'들만이 눈에 띌 뿐"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또 토론자로 나선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탄핵을 부인하거나 좌파 색깔론, 음모론을 주장한다면 헌법적 제도를 부정함으로써 사회적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보수의 우경화 내지 극우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실정법을 무엇을 위반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해 논란을 낳았다. (☞관련 기사 : 류석춘 "박근혜 출당은 시체에 칼질하는 것")
'보수의 위기'라는 현실 진단에는 현 한국당 지도부도 인식을 같이했다. 홍준표 대표는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한국당은 보수 정당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 가치가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체질로 변질됐다"며 "'그래도 보수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마저 국정실패를 겪으며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지금 국민이 보기에 한국당은 실패한 기득권 세력일 뿐"이라고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가장 큰 위기는 우리 자신에게 있지만 위기라는 말조차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무기력해져 있다"며 "보수는 안팎으로 혁명에 준하는 쇄신과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더이상 존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위기'라는 인식은 같되, 해법의 방향에서는 양승함·박형준 교수의 비판과는 정반대되는 취지의 주장도 토론회에서는 나왔다. 나성린 전 의원은 탄핵 사태에 대해 "좌파 세력의 잘 기획된 '촛불 작전'"이라며 "1년 가까이 계속된 이 '분노의 축제'는 보수정당을 침몰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교수와 공동 발제를 맡은 나 전 의원은 "젊은 세대들은 승리감에 도취해 있으나 그들이 좌파 정치세력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며 "촛불에 의한 정권교체는 자유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 좌장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가 맡았고,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위원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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