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고서 뜯어보니, 이명박 사설 흥신소 수준

정치 및 선거 개입 노골화, 야당 정치인 사찰 정황까지도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오른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동원해 국내 정치 및 선거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크게 번질 전망이다.

11일 <세계일보>가 추가로 공개한 국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이후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비, 정치인 사찰 및 대통령 국정 지지율 분석 등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에게 빼앗긴 후 벌어진 일이다.


2011년 11월경 작성된 문건은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 조직이 마치 집권여당의 전략 수립 기관처럼 운영된 정황이다. 이는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야당 · 좌파의 '표적 수사' 등 여론 왜곡이 우려되므로 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

국정원은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0.26 재보선시 野圈(야권)·左派(좌파)에 의해 선거법 위반 행위가 집중 자행"되었다며 "철저한 수사·엄단을 통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재보선 과정에서 단속·접수된 선거법 위반 및 고소·고발 건은 전국적으로 검찰 56건, 경찰 87건, 선관위 162건 등으로 파악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이 '나꼼수'를 통해 유포한 나경원 후보의 피부과 이용 의혹을 경찰이 집중 수사 중이라고 적었다.


이는 관련 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이 다른 정부 기관 운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국정원은 이어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 등 不法(불법)행위를 一罰百戒(일벌백계), 野黨·左派의 法治(법치)·공권력 경시 풍조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野黨·左派의 '표적 수사' 등 여론 왜곡이 우려되므로 搜査(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이라고 명시했다.

수사권까지 가진 국정원의 명백한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이라고 한 것은 국정원 스스로 이같은 일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좌익진영, SNS 파워 유저를 통한 '사회변혁' 메시지 전달 파괴력 확인"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이라는 보고서에서 국정원은 당시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이 "주변에 '박원순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해 보니 左翼(좌익)진영이 오래 전부터 차기 執權(집권) 전략을 세워놓은 것 같다'고 언급"하며 10.26 재보선 전후 '좌익진영'의 선거전략을 분석했다.

국정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등장·박원순 당선 등 정치권 지각변동"에 대해 "결코 우연이나 일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춘 콘서트'와 '나꼼수' 등이 기성 정치권에 "'변화를 요구하는' 토대를 조성"했다고 내다봤다. 부수적으로는 "'청춘 콘서트'와 '나꼼수' 등은 선거 프레임 자체를 '與野(여야)·지역 대결'에서 '상식 vs. 비상식' · '世代 (세대)·계급 대결' 등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후보 선출 시기에는 野圈 연대를 내세워 국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폭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左성향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어"냈다며 야권에서는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비(非) 정치인인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의 재선과 안철수 원장을 대선에 내세우면 "승산이 클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SNS 파워 유저인 소설가 이외수와 방송인 김제동을 별도로 언급하며, "(파워 유저들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인 만큼, 기성 政黨(정당)들은 내년 大選(대선)까지 1년 동안 열세를 만회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그러면서 "左翼진영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러한 선거전략의 파괴력을 확인"했다며 "大選까지 남은 기간 동안 無堂派를 主(주) 타깃으로 설정하여 선동을 지속, 충성도·결집력을 강화해나가는 데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한편, 국정원은 '2040세대의 對(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20·30·40대가 주요 선거마다 野(야) 후보로 급격한 쏠림을 보이는 등 지지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세대별 민심이반의 원인 진단과 함께 지지회복을 위한 대응방향"을 전달했다.

국정원은 "2040세대의 野圈지지 동조화 경향"이 뚜렷하다며 '지난 10년간 주요 선거에서 나타난 세대별 표심'을 표로 정리해 보고했다.


심지어 여론조사를 동원해 민심 동향을 체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2040세대의 국정지지도가 국민 평균치보다 크게 하회한다며, "이들은 대체로 자신을 '中道(중도)'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野圈과 높은 적합성을 보이는 반면, 大統領님 및 與黨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 한미 FTA 등 국정 핵심 현안에도 야당 등 반대세력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國政(에)부담 요인"이라고 했다.


흡사 국정원이 정부 여당의 '전략 기획 흥신소'로 전락한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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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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