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옥조 한미FTA'라는 감옥에서 나와라!

[송기호의 인권경제] 文대통령은 한미 FTA 도그마를 거부해야 한다.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하는 태도는 무례하다. 그는 협정문을 잘 모른다. 그가 한미 FTA에 시한이 있다고 발언한 것, 그리고 그가 종료시킨다고 말만 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는 다르게 한미 FTA는 바로 끝난다는 발언(With the ­Korean deal, we terminate and it's over)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상업적이며 정치적이다. 이미 그는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horrible deal)이라고 호명하고 바로 종료시킬 수 있다고 말해 한국으로부터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과 수십조 원의 투자를 얻었다.

특히 그는 한미 FTA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용어를 일관하여 사용함으로써, 안으로는 그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고 밖으로는 한국에 충분히 혼란을 주는 중이다.

한국의 통상 관료들과 언론은 트럼프의 '재협상'이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의 '재협상'이란 용어는 틀렸다.

한미 FTA는 이미 발효 중이므로 그 내용을 고치는 절차는 개정(amendment) 협의이지 재협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한미 FTA에는 개정 협의 절차가 붙박이로 규정되어 있다.(built-in)

미국이 한미FTA 개정을 검토하는 회의를 요구하면 한국은 이 회의에 응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협정문 내용의 개정은 한국의 동의사항이지만, 개정 교섭의 개시 절차는 붙박이다. 슬프지만, 지금의 혼선을 정리하려면 해당 영문조문을 봐야 한다.

<Article 22.2>
3. The Joint Committee may:
(c) consider amendments to this Agreement
(정부번역본)<22.2조> 3 항 다. 공동위원회는 이 협정의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

<Article 22.2>
4., the Joint Committee shall convene:
(b) in special session within 30 days of the request of a Party,
(정부번역본) <22.2조> 4항 나. 어느 한 쪽 당사국의 요청 후 30일 이내 특별 회기로 회합한다.
한미FTA 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공동위원회는 어느 한쪽의 요구가 있으면 30일 이내에 소집되어야만 한다("shall convene').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말한 한미 FTA 개정 협의를 위한 특별공동위원회이다(special joint committee).

불행하게도 트럼프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통상 관료들은 트럼프가 거칠게 말한 '재협상'이 한미 FTA 개정 협의를 의미하는 것임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개정 협의 절차가 이미 내장되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이 '재협상' 개시에 합의한 바 없다는 프레임으로 국민에게 홍보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는 무익하며 허구적이다.

셰일가스 사 주고 미국에 투자를 약속했지만 트럼프는 '재협상'이라는 터무니없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한미FTA 개정을 요구했다. 한미FTA 개정 요구를 막아보겠다는 전략은 오류이며 실패했다.

새로운 정부는 통상 관료들이 만든 '지고지선 금과옥조 한미 FTA' 라는 감옥에서 나와야 한다. 한미 FTA는 이미 2011년의 국회비준 시 국제중재회부제(ISD)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결의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찰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일자 일획도 고칠 수 없는 지고지선 한미 FTA'라는 도그마는 결국 미국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도그마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표적인 중소 상공인 공약으로 제시한 생존형 중소기업 적합 업종제도는 전면 시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지고지선 한미 FTA' 감옥을 거부하지 않으면, 결국 한미 FTA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양보의 길목마다 통상 관료들은 한미 FTA를 지켰노라고 승리의 미소를 짓겠지만 문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 도그마를 거부해야 한다. 통상 관료들이 만든 '지고지선 한미 FTA' 감옥을 거부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통상 관료들에게 더 이상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재협상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무익하고 허구적인 홍보를 중단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대신에 문 대통령의 경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FTA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를 국제법적으로 지지하는 "Moon-FTA" 모델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