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건축가 이창하 씨의 '수상한 관계'

[단독] 비상식적 조건 영입·물량 몰아주기…사측 "경영 전략이었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비상식적인 손자회사 설립과 운영 과정에 대한 의혹에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모회사에 500억 원대의 선급금 지금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손자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MBC '러브하우스' 출연 등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창하 씨에게 사실상 엄청난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같은 '특정인을 통한 계열사 설립-물량몰아주기-특혜 의혹'으로 연결될만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이창하 씨의 관계는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러브하우스'에 출연할 당시 이창하 씨.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이창하 소유 회사 인수한 뒤 영입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6년 2월 14일 대우조선해양에 남상태 사장이 내정된 직후인 2월 22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이창하 씨 소유의 장유종합건설을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그해 4월 21일 이 씨를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리총괄전무로 임명했다. 특혜 의혹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2007월 4월 19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본금 5억 원 규모로 인테리어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디에스온(DSON, 당시 사명은 '이창하홈')'이라는 자회사를 만든 뒤 이창하 씨에게 지분율 51%를 몰아주고 대주주로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를 이 씨가 맡게 된 셈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 씨의 지분율을 67.55%까지 끌어올려줬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분율은 줄어들었다.

정리하자면 대우조선해양이 이 씨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회사 임원으로 스카웃한 뒤 다시 계열사를 설립해 이 씨에게 67.55%의 지분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대우조선해양 정도의 회사에서 이 씨에게 이런 정도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는 것은 이 씨가 해당업계에서 타의주종을 불허하는 '거물'이어야만 설명이 가능하다. 이 씨가 방송활동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대우조선해양이 이 정도의 파격적 대우를 해주면서까지 잡을 만큼 개인적 브랜드 가치와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첫번째 지점이다.

'디에스온' 임원,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건설 임원이 겸직

대우조선해양 손자회사의 대주주가된 이창하 씨는 정작 공식적으로는 이 회사의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디에스온'의 대표이사 등 임원은 '모회사'와 '할아버지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들이 맡았다. '디에스온'의 전 대표이사인 김경한 씨는 2007년 4월 선임됐을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 이사였고 사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까지도 이사직을 유지했다.

김 전 대표와 같은 날 이사로 임명된 정우철 현 감사는, 현 대우조선해양건설 부장을 '겸직'하고 있고, 역시 같은 날 감사로 임명된 박병찬 전 감사는 지난해 4월 감사직 퇴임 당시까지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모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서 팀장급 직책을 맡았었다. 이 씨는 67.55%나 되는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경영에 책임있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디에스온'에서 이 씨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건설의 '물량 몰아주기'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디에스온'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2007년도 '디에스온'의 영업이익은 -3억 500만 원을 기록했지만, 2008년도에는 무려 62억 1500만 원(영업이익률 16.07%)을 기록했다. 2009년의 영업이익도 68억 2100만 원(영업이익률 15.9%)에 달했다. 같은 시기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영업이익률은 1.96%(2008년)~4.5%(2009년)에 그쳤다.

이 사이 '디에스온' 매출 내역을 보면, '디에스온'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뽑은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8.9%(2008년도)를 차지했다. 2009년도엔 전체 매출의 90.9%가 두 회사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이었다.

'디에스온'이 대우조선해양건설 이용해 500억 대 빌딩 구매

이 뿐만이 아니다. '디에스온'은 2008년 3월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빌딩(8층 규모)을 510억 원 들여 구입했고, 공교롭게도 구입한 당일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임대를 줬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 빌딩을 사옥으로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에스온'은 400억 원의 담보대출과 23억 원 규모의 엔화 장기대출을 받았고,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46억 원을 차입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따로 받은 임대보증금 38억 원을 더하면 총 507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디에스온이 사들인 빌딩 가격 510억 원과 거의 일치하는 금액이다.

사실상 '디에스온'이 대우조선해양건설 돈으로 빌딩을 사들여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임대를 준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디에스온'에 지불하는 월 임대료 3억 5000여만 원은, 1년으로 치면 약 36억6000여만 원이다. 이는 은행 담보대출 400억 원에 해당하는 연간 이자와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결국 '디에스온'은 앉아서 빌딩 하나를 산 셈이 됐다.

이창하, '비리' 저질러 실형

'디에스온'의 대주주인 이창하 씨는 불미스러운 일에 수차례 연루됐던 인물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 '디에스온' 대주주 시절에 협력업체의 공사 청탁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 챙기고 회사돈 6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이창하 씨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 몇몇 손자회사 등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한 점을 수상히 여겨 '비자금 조성 여부'를 살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23일자 <해럴드경제>는 당시 검찰 고위관계자가 "(대우조선해양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회계자료 등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중"이라며 "비자금 조성 의혹 부분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전 방송활동 당시에는 학력을 조작해 활동한 것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이 씨가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에 의해 직접 영입된 인물이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ㅇ사가 납품 과정 등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의 자녀 3명이 대우조선해양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ㄱ사의 주식을 10만 주(30억 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사장에 오른 남상태 사장이 이명박 정부 들어 유임되기 위해 정권 실세를 대상으로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2008년 9월 임명된 오동섭, 함영태, 정하걸 대우조선해양 상임경영고문 세명이 모두 한나라당 당료 출신으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측근이라는 점도 문제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 "이창하 씨 브랜드 가치 감안해 영입"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같은 특혜 의혹에 대해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당시 이창하 씨를 영입한 것은 남상태 사장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경영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이창하 씨의 지분을 올려주는 등 사실상 이창하 씨를 대주주로 만든 것도 이 씨의 브랜드를 높이 사 이를 앞세우겠다는 일종의 '경영 전략'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디에스온에 물량몰아주기를 한 것에 대해 "관행이고 통상적인 행위"라면서 "여러 법적 검토를 했지만 문제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를 만들면 초기에 자립할 수 있도록 수주를 밀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학력위조파문, 비리 연루 등으로 이 씨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이창하 씨의 능력, 경륜 등은 학력 위조 파문 등과 별개"라고 주장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조사는 일부 '협력업체' 관련된 의혹이지 '디에스온'과 관련된 부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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