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주고받는게 양자협상"…'워싱턴발언' 학자적 소신 강조

"특보, 월급받는 자리 아냐" 野해임론 반박…'靑 경고' 질문엔 "노코멘트"

문정인 외교통일안보 대통령특보는 19일(현지시간) 논란을 빚은 '워싱턴 발언'과 관련해 "한국에서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협상이라는 건 주고받는 것"이라며 "양자가 협상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언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학자적 소신을 재확인하면서도 외교·안보 차원의 확대해석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특보는 이날 뉴욕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한미동맹의 의미' 세미나에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이고, 핵 동결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한미연합훈련 축소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전개된 미군 전략무기를 이전 수준으로 돌리자는 뜻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미가 한발 물러나는 식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자신의 발언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로 해석되는 것에는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연세대 특임 명예교수인 문정인 특보는 "교수로서 개인 생각일 뿐,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한 질문자가 'Special Advisor'(특보)라고 호칭하자 "특보가 아닌 교수로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야당의 해임 요구에 대해서도 "특보는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자리가 아니다. 정책결정 라인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특보로서 계속 의견을 낼 뿐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감한 언론 보도에는 "한국 미디어가 이 부분을 매우 헷갈리고 있다. 헷갈리지 말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평화를 원하지만 첫 번째 강조하는 것은 안보"라며 "우리도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문 특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배치 논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재확인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그렇지만 한국에도 법이 있고 그 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적법 절차를 강조했다.

그밖에 이달말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관계의 긴장을 풀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고,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 가능성에는 "주변 여건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방미길에 오른 문정인 특보는 지난 16일 동아시아재단과 미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공동주최한 세미나 기조연설 및 문답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특보는 한국시간으로 21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비핵화라는 정확한 목표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고,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북한 측이 비핵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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