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대기업 조사권 강화 역설

"강도 높은 개혁? 예측 가능성, 일관성 있게 하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측에선, 공정위가 사건을 덮어버릴 경우 다른 법적 대응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그 때문에 시민단체에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또는 개선 목소리가 높았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형태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만 고발권을 가지고 있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거의 모든 조항이 위배 시 처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처벌을 요구하며 고발할 만큼 불공정 수위가 높은 사건만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그렇지 않은 사건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형사 처벌이 따라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힘을 가진 측이 불공정 행위를 강요한 경우가 그렇다. 또 공정위와 다른 시각으로 보면, 처벌을 요구하며 고발하는 게 마땅한데, 공정위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 역시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거론돼 온 게 '사인의 금지 청구권' 도입이다. '사인의 금지 청구권'이란, 피해 기업이 가해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중단해 줄 것을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후보자도 이날 "사인의 금지 청구권은 피해자 구제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및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기업집단국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경제개혁연대를 이끌던 시절 '기업집단법' 도입을 주장했었다. 재벌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어 규율하는 법이다. 기업집단국 신설 역시 비슷한 취지다. 명목상으론 다른 기업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재벌 계열사들(기업집단)의 담합 행위를 조사하겠다는 것.

기업집단국 신설은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현실화된다면 과거 2005년 폐지된 '조사국'의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돼 재계에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조치다. 물론 과거 '조사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불공정 행위를 해온 대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강도 높은 개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규제가 세냐, 약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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