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해명,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몇 가지

변호인과 연락 취해왔는데, 어머니 재판 내용을 모른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긴 도피 생활을 마치고 31일 오후 귀국했다. 정 씨가 강제송환된 것은 지난해 9월 28일 독일에서 덴마크로 이동하며 사실상 도피 생활을 시작한 지 245일 만이다.


정 씨는 "제가 어머니(최순실)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고 밝혔지만, 어머니인 최순실 씨의 혐의 등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상 '부인'으로 일관했다. 삼성 특혜 지원 여부도 부인했고,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정 씨의 이날 기자회견은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31일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정유라 씨. ⓒ사진공동취재단


이경재 변호사와 연락 취해왔는데 어머니 재판 내용 몰라?

정 씨는 이날 오후 3시 10분경 인천공항 내 보안구역인 탑승교에 마련된 포토라인 앞에 섰다. 한국 송환길에 입었던 '스마일' 티셔츠가 아닌 깔끔한 외투 차림이었다.

어머니 최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그는 "제가 어머니와 박 전 대통령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최 씨 재판에 대해선 "어머니 재판 내용을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해서 하나도 전해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수혜자로 지목된 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이 일 끝나고 돌이켜 보니, 잘 모르겠다. 어머니께 들은 게 있는데 삼성전자 승마단이 6명 지원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라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특혜 지원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혜 지원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제가 이런 일에"라고 말끝을 흐리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없어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잘 연결되는 게 없을 때도 있다"라고 밝혔다.

정 씨는 독일이나 덴마크 체류비용, 변호사 비용 등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었던 것으로 보여지지만, 출처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앞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 씨 일가가 삼성 돈으로 모든 생필품과 애완동물 생활비 등을 해결했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최순실 씨의 재판 내용에 대해 듣지도 못했다는 주장 역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정 씨는 덴마크 구금 중에 변호사를 수차례 접견할 기회가 있었다. 이 변호사도 정 씨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앞서 검찰은 정 씨가 비행기에 탑승한 직후인 이날 오전 4시 8분께 체포 영장을 집행했다. 국적기를 탈 경우 우리 영토에 있는 것으로 간주돼 곧바로 체포할 수 있다. 정 씨에 대한 체포 영장은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로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검찰은 차량을 이용해 정 씨를 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 후 곧바로 이화여대 학사 비리나 청담고 재학시절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 씨가 '삼성 뇌물'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만큼, 검차 조사 과정에서 정 씨가 관련 진술을 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 씨의 공항 기자회견을 토대로 보면 일단은 관련 사실 등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씨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이 48시간인 만큼 늦어도 오는 6월 2일 새벽까지는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돈도 실력,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바라본 정 씨는 "아기가 혼자 오래 있다 보니 빨리 입장 전달하고 오해를 풀고 싶어 오게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대 입학 특혜 의혹에 대해 묻자 그는 당당한 태도로 답했다. 그는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인정한다"라며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 한 번도 대학을 가고 싶어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학 취소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고 죄송하다"라고 했다.

면접 당시에 대해선 "확실히 기억하는데 그때 임신 중이어서 단복을 입지 못했다. 제가 아니라 다른 친구가 입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달을 들고 가라고 했던 것은, 이대만 들고 간 것이 아니라 중앙대도 들고 갔는데, 어머니가 이거(메달) 들고 가서 입학사정관하시는 분에게 여쭤보라고 말씀했다. 그래서 제가 여쭤보고 된다고 해서 가져갔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SNS에 '돈도 실력'이라고 쓴 부분에 대해선 "그때 제가 다툼이 있어가지고 하도 돈으로만 말을 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래서 욱하고 어린 마음에 썼다"라며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다. 저도 애기가 있는데, 제 애기가 나중에 그런 소리를 듣는 다면 속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