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닥뜨린 '여소야대' 현실…야3당 일제히 반발

문재인 정부도 '조각 파동'으로 번지나

새 정부의 조각 작업이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했던 '인사 원칙'에 발목이 잡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문제에서 청와대의 미숙한 사전 검증이 도마에 오른 데다, 5대 비리자 고위 공직 배제라는 인사 원칙의 후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29일 일제히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29일로 예상됐던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표결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명분과 현실에서 청와대가 밀리는 형국이다. 우선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의 '공직 배제 5대 원칙'은 문 대통령이 스스로 공약한 사항이다. 또한 청와대는 출범 초기의 높은 지지율과 정무라인을 통한 야권 설득으로 돌파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여소야대라는 현실에서 야3당이 반대할 경우 후보자들 인준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중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120석)과 자유한국당(107석)은 독자적으로 찬반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이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에서 이들마저 강경한 기류로 돌아서고 있어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중심으로 이날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원내대표 주례회동에 참석해 이낙연 후보자의 인준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80%를 훌쩍 넘는 새 정부에 대한 여론의 우위를 앞세워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 "오늘 여야간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다시 한 번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고 했다.

추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국정공백을 메우고 국정을 정상화하라는 것이 국민의 한결 같은 목소리고 간절함이다"며 "총리 후보자 인준은 수개월간 이어온 촛불, 탄핵. 대선 대장정을 마감하고 새 협치 시대를 여는 실마리임을 강조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추 대표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언급한 5대 원칙은 국민이 만들어주고 국민이 요구한 인사기준"이라며 "따라서 국회는 5대 기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며 탄력적 적용을 주장했다.

야3당 "대통령이 풀어라"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정면 돌파 기류가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후보자 청문회부터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청와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겨냥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할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수위를 높였다.

정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은 (인사 원칙) 공약을 앞으로 지키지 않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한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본인이 직접 국민들 앞에 선언하고 발표했을 때처럼 직접 하기를 바란다"고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정 권한대행은 "이 정권은 과거와 무엇이 달라 범죄행위자와 부적격자를 봐달라고 하는 것인가"라며 "(문 대통령은) 곳곳에서 나오는 인사난맥상을 지켜보고 있을 것인지, 국민 기대에 기대어 밀어붙이겠다는 것인지,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갈채와 환호를 받는 자리에는 나타나지만 (인사청문회) 문제와 관련해선 분명히 입장 피력이 필요하고 어쩌면 사과해야 하는데 비서실장을 내세우는 상황이 안타깝고 아쉽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 상황을 "누가 뭐라고 해도 문 대통령이 스스로 인사 원칙을 정했고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취임사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위배한 문재인 대통령의 자승자박 상황에서 제기된 어려운 문제"라고 규정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또 "기본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는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지율을 먹고사는 정치적 집단이기는 하지만 나아가야 할 원칙과 정도를 저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우리 요구는 적어도 민주당이 야당 시절 요구한 (검증의) 원칙과 기준은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전체회의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후보자 인선 협조를 전화나 여러 채널로 요청하는데, 인수위 없이 출범했으니 그냥 눈감고 봐달라는 식의 요청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총리와 장관은 별도로 논의하자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하며 "대통령이 공약집에 직접 약속한 5대 비리와 관련해서는 (취임) 2주 만에 안 지켜졌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위장 전입한 총리가 인준되면 본회의 인준이 필요 없는 나머지는 국회가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것이 야당의) 부당한 발목잡기인가. 당장 눈앞에 닥친, 많게는 30여 건에 해당하는 인사청문회에 위장전입을 어떻게 할지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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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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