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대국 일본의 원전확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의 원죄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지진대국 일본이 대지진 또는 화산폭발 등 대재앙 발생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특히 활성단층대에 자리잡은 일본 원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원전재가동 강행정책이 또다른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탈원전에너지전환으로 가야 한다는 국내외 지식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진대국 일본에서의 원전 확대정책이 바로 후쿠시마원전사고를 낳았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고리원전 일대 지층이 활성단층대에 놓여있는 사실이 드러나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대지진으로 인한 재난 발생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이 지진 자체보다 원전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일상화돼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그에 따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오염수 해양투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원전에너지전환으로의 정책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원전 '올인' 정책을 펴온 윤석열 정부가 저지른 불법계엄 내란 극복과정에서 집권한 이재명 정부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윤석열식 '원전마피아적 발상'에서 벗어나 국민의 안전을 토대로 한 재생에너지정책을 국민과 함께 적극 추진해야 할 때임을 이웃 일본의 사고사에서 배워야 한다.

일본의 '7월 대재앙 발생설'을 야기한 것 중 하나가 <내가 본 미래―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코믹스(私が見た未来―ほんとにあった怖い話コミックス)>라는 일본 만화이다. 1999년 7월에 발간된 이 책의 저자는 사이비 종교인이자 만화가인 타츠키 료(たつき諒)다. 작가가 자신의 꿈에 얽힌 이야기를 만화로 짧게 풀어낸 것인데 이중 동일본대지진을 언급한 것이 12년 뒤 실제 일어나 화제가 됐다. 그녀는 이 책 완전판에서 2021년 7월 5일 새벽에 2025년 7월 일본 난카이(南海)를 배경으로 '7월 중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대재앙 꿈을 꿨다고 소개해 큰 화제가 됐다.

작가는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고 언론 인터뷰에 답을 하고 있지만 중국과 홍콩에서는 일본 여행 취소 사태가 잇따랐다. 언론이 2025년 7월 5일로 잡았던 대재앙 디데이 당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책에는 '7월 중'이라 표현돼 있어 아직도 발생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 게다가 2025년 4월 초 일본 내 조사로 난카이대지진 발생 시를 상정한 일본 정부의 지진 대응 안내가 뉴스에 나오면서 불안은 증폭돼왔다.

NHK(2025년 4월 5일)는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南海トラフ巨大地震) 쓰나미 사망자, 조기 대피로 약 70% 감소'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월 31일에 공표한 난카이 트로프(Trough; 해곡) 거대지진의 새로운 피해 상정에서는 규모 9 수준의 최악의 경우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29만8000명에 이르며, 이 중 70%에 해당하는 21만5000명이 쓰나미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지진 직후 신속 대피시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를 약 70% 적은 7만3000명까지 줄일 수 있다고 일본 정부는 강조했다.

후쿠시마TV(2025년 7월 10일)는 '처리수 방출·긴급차단밸브의 통신케이블 1개, 손상으로 예비로 전환돼 7월 14일부터 방출 실시, 후쿠시마제1원전'이란 보도를 내놓았다. 도쿄전력은 7월 10일, 후쿠시마원전 처리수의 해양방출 시 이상이 확인되었을 경우 긴급정지하기 위한 '긴급차단밸브'를 움직이는 통신케이블 하나에 손상이 확인되었다고 공표했다. 도쿄전력은 손상의 원인을 조사중이다. 도쿄전력은 긴급차단밸브의 동작에 문제는 없다며 2025년도 2번째 처리수 방출을 7월 14일부터 8월 1일까지 19일간 실시해 원전 처리수 약 7,800t(탱크 약 8기분)을 바다에 내보낼 예정이다. 후쿠시마원전은 2023년 8월 처리수의 해양방출을 개시해 지금까지 통산 12회 방출했다. 그간 합계 약 9만4000t(탱크 약 94기분)의 처리수가 방출됐다. 처리수 방출은 부지를 압박하는 1000여 기의 탱크를 줄이고 폐로를 위한 공간을 여는 것이 큰 목적 중 하나이다. 2025년도는 7회에 나누어 약 5만4600t(탱크 약 55기분)을 방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양 모니터링에서 이상 등이 확인되지 않는 처리수에 포함되는 삼중수소 농도를 2024년도보다 높게 할 방침이다.

처리수의 해양방출에 수반해 중국이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가리비나 해삼을 중심으로 거래중지 등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약 2년만에 수입재개를 발표했지만, 처리수의 해양방출 이전부터 금수조치가 취해지고 있던 후쿠시마를 포함한 10개 도현으로부터의 수입정지는 계속된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원전 처리수 해양방출을 둘러싸고 지난 6월 25일 현재 약 780건·750억엔의 배상지불을 완료했는데 배상액은 1개월 정도 사이 약 40건·20억엔 증가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내거는 폐로의 완료와 탱크 내 삼중수소 제로는 2051년으로 계획돼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원로 핵공학자인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지진열도의 원전이 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2024)에서 "지진대국에 원전을 계속 만들어온 대죄,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고이데는 근거 없는 '원전안전신화'가 낳은 방사능참사라고 강조한다.

일본은 세계 육지면적의 0.25%밖에 안 되는 국가이지만 세계 지진의 18%가 일어나는 지진대국이다. 그러한 장소에 원전을 건설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도쿄전력은 "어떤 지진이 와도 후쿠시마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일본 정부도 도쿄전력의 말을 그대로 믿어 '원전안전신화'의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실제 사고는 일어났다. 사고 발생 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상정외(想定外) 사고'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도쿄전력의 내부 기술자나 고이데 씨와 같은 일부 원자력전문가가 사고 이전부터 지진과 쓰나미가 중대한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2024년 현재도 사고는 전혀 수습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녹아내린 노심(데브리)이 어디에 있으며 어떠한 상태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폐로작업의 진전이 없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2024년 1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데브리의 시험적인 추출에 관해 연내 착수를 단념한다고 발표했다. 세 번째 연장인데 데브리를 추출하는 로봇팔을 격납용기 내에 넣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지만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더 대책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교묘한 여론조작을 통해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과거의 일' 같은 착각을 일본 국민에게 심어주려고 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2023년 8월 시작된 '방사능오염수 해양방출'로 일순간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를 처리수로 사칭해 일본 언론이 추종했지만 대부분 일본 국민조차 '안전신화란' '후쿠시마원전사고란 무엇이었나' 다시 보게 됐다. 고이데는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이 일본의 원자력정책과 표리일체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2024년 1월 1일 오후 4시 10분 규모(매그니튜드) 7.6, 최대진도 7의 지진이 이시카와현 노토(能島)반도에서 발생했다. 규모 6 지진의 발생 에너지는 히로시마원폭 1발이 내는 에너지량과 비슷하다. 매그니튜드 값이 2 증가하면 발생하는 에너지는 1000배가 되고 이는 히로시마원폭 1000발에 달하는 에너지량이 된다. 그 수치만 보면 노토반도지진이 방출한 규모 7.6의 에너지는 히로시마원폭 230발분에 상당한다. 모든 지진은 갑자기 엄습한다.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난카이 해곡지진도 '향후 30년 이내에 70~80%의 확률'이라는 대략적인 예측에 불과하다.

노토반도지진 때 원전사고 발생의 위험성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노토반도지진의 진원지 인근에 시카(志賀)원전이 있다. 이곳에는 호쿠리쿠(北陸)전력이 운영하는 2기의 원전이 있는데 모두 10년 이상 운전정지 중이다. 2호기는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모두 운전이 중지돼 원자로의 핵연료 붕괴열이 '운전중의 100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기에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만약 운전중이었다면 제2의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될 가능성이 컸다. 원전 부지 내의 활성단층이나 해역의 단층이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것도 행운이었다. 노토반도지진 당시 최대 4m의 지진융기가 있었는데 만약 이 융기가 가동중인 원전시설을 습격했다면 어떤 비극이 일어났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운전정지 중인 시카원전은 3계통 5회선이었던 외부전원 중 1계통 2회선이 변압기(50만v) 오일 누출로 사용불능이 됐다. 운전정지 중이라도 핵연료를 냉각하는 저수조의 물을 순환시켜 계속 냉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진 후인 1월 16일 호쿠리쿠전력이 비상용발전기 3대를 테스트한 바 1대는 가동되지 않았다. 오일 유출량도 당초 3500ℓ라고 했다가 2만ℓ로 정정됐다. 원전 측은 전량회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일부가 바다로 흘러나갔다. 원전사고 시 주민피난 정보를 판단하는 주변의 모니터링지점 116개소 중 18개소에서 데이터송신이 끊어졌다. 시카원전 반경 30km 내 15만 명의 피폭을 막고 피난 판단을 하게 하는 중요한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었다.

세계에는 지금 약 430기의 원전이 있다. 미국은 100기가 넘는 원전 중 대부분이 거의 지진이 없는 미 동부지역에 건설돼 있고 유럽도 150여기의 원전이 있지만 대부분이 오래된 강고한 암반상에 있어 지진피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1~2할의 일어나는 지진대국인데 이 나라의 원전은 대부분 활성단층 등의 지진영역 위에 건설돼 있기에 언제 어떠한 원전사고로 연결될지 알 수 없다. 지진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 안에 있는' 일이다. 1995년 이래 진도 7(계측진도 6.5 이상)을 기록한 지진은 일본 전국에서 7회(노토지진 포함) 발생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원전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예상 안에 있기에' 원전은 무용지물을 넘어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노토반도지진은 가르쳐 주고 있다.

고이데는 그래서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미 후쿠시마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중순 방사능오염수의 보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1만5000t 오염수를 바다에 흘러보냈다. 그 농도는 법정허용치의 100배에 달했다. 결국 오염수 해양방출은 사고당시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고이데는 강조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원전 부지에 여유가 충분히 있고 새로운 탱크를 만들려고 하면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탱크 속에 들어있는 134만t이 넘는 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염수이다. 후쿠시마원전에 머물러 있는 134만여t의 물은 'ALPS(다핵종제거설비)처리수'와 '처리도상수' 두 가지로 나누고 있지만 '처리도상수'가 7할을 차지하고 있다. 7할은 명백한 방사능오염수라고 도쿄전력도 인정하고 있고 나머지 3할은 삼중수소 이외의 다른 방사성물질이 국가의 기준치를 충족한 것일뿐, 삼중수소는 그대로 남아있다. 삼중수소는 방사능이기에 ALPS처리수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부르는 물 모두 명백한 방사능오염수다.

약 134만t의 오염수 가운데에는 200종 정도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대기중에 노출되기 쉬운 것, 물에 녹기 쉬운 것 등 각각의 성질이 다르다. 그 성질의 차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명의 길이이다. 오염수에 남아있는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29, 루테늄106 등의 공통점은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세슘137의 반감기는 30년, 스트론튬90은 반감기가 28.8년, 요오드129는 1600만년이다.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바다에 흘러보내기에 안심'이라고 선전하지만 아무리 바닷물로 희석하더라도 총량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고이데는 오염수 해양투기의 현실을 보고 "원전사고를 일으킨 범인이 오염수처리에서 오히려 이익을 얻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4년 '동토차수벽' 공사에 들어갔다. 흙을 얼려 만드는 벽은 길이 1.5km로 1m마다 길이 30cm의 파이프를 묻어 거기에 냉매를 흘려 아이스캔디를 만드는 것처럼 주위의 흙을 얼려 벽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2019년 완성했다고 했지만 그 후 오염수가 계속 늘어나 사실은 무용지물이 됐고 결국 오염수를 해양투기하게 된 것이다. 동토차수벽 건설에 345억 엔의 국비(국민세금)와 연간유지비로 전기요금만 십수억 엔이 들었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시공한 가시마(鹿島)건설은 떼돈을 벌었다. 이처럼 후쿠시마원전사고의 당사자인 '원자력마피아'는 오염토의 제염작업을 비롯해 사고처리의 모든 분야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부담하는 것은 일본 정부도 도쿄전력도 아닌 전기요금을 지불하는 일본 국민이다.

일본 사회의 진짜 문제는 이처럼 미증유의 대사고를 일으킨 범인들을 무죄방면하는 현실이다. 고이데 씨가 말하는 원자력마피아란 일본 전국에 57기 원전을 건설한 자민당 정권과 관료, 전력회사, 원자력산업, 학회, 재판소, 언론, 광고회사 등의 이권집단 전체다. 이들은 원전안전신화를 마구 뿌리고 그로 인해 미증유의 중대사고를 일으키고, 수십만 수백만명 일본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으면서 단 한명도 책임지지 않은 '무법집단'이라고 고이데는 지적한다.

마피아의 일원인 재판관은 사고책임을 물은 대부분의 재판에서 '국가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계속 내고 있다. 원자력마피아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정지된 원전을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재가동하고 설계수명이 40년인 원전을 50년, 60년까지 연장하는 위험한 짓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원자력마피아가 오염수 해양방출을 하면서 하는 선동의 하나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는 것이다. 마피아의 일원인 신문, 텔레비전도 '처리수이기에 안심'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계속 흘리고 있다. 또 하나는 IAEA를 활용하는 것이다. IAEA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원자력 추진을 위한 국제조직'이다. IAEA는 국제적인 원자력마피아의 원조와 같은 존재로 아들격인 도쿄전력의 사고 관련 대실패를 미사여구로 변명하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과 짬짜미해 '오염수방출은 국제기준을 완전히 충족한다'고 대외적으로 표명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오염수가 무독수(無毒水)가 되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에는 거대지진이 안 일어날까. 거대지진이 일어난다면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은 어떻게 될까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원전의 안전에 대해 여느 정부보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시사저널>(2020년 7월 18일)에 쓴 '동일본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 늘어났다'는 칼럼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 특성이 변화했고, 한반도 지진은 규모가 작아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는 진앙 방향으로 동해안과 울릉도 지역은 5cm가량, 서해안과 백령도 지역은 2cm 정도 이동했다. 이 결과 한반도 지각의 강도가 낮아지고 지진파 속도도 3% 감소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 특성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큰 지진 발생 횟수 늘어났다. 1978년부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전까지 33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은 모두 다섯 차례 발생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9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이 5회나 발생해 이전에 비해 규모 5 이상의 지진 발생 빈도가 3.7배 증가했다. 한반도의 지진은 지표로부터 4~16km 깊이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가 거의 감소하지 않은 채 지표에 전달됨으로써 지진 규모가 작더라도 얕은 진원 깊이로 인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홍 교수는 경고한다. 2010년 1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으로 31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원전 설계 기준 재검토에 나서 규모 7.75에 견딜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2000년 규모 7.3의 돗토리현 서부 지진 때는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에서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고 2006년까지 지진 안전관리규정을 재검토해 개정안을 발표했다. 2007년 니가타현 주에쓰지진 때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소송으로 가동중지 상태를 겪고 나서 2008년 이후 일본 원전은 600~1000Gal(0.6~1.0g) 정도의 지진동에 견디도록 내진설계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규모 9.0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간과한 결과 2011년 3월 후쿠시마 대참사를 맞았다.

도쿄대 메구로 기미로(目黑公郞) 교수는 <엉터리투성이 지진대책(間違いだらけの地震對策)>(2007)에서 "일본은 지진활동도가 높은 시기를 맞고 있는데 규모 8을 넘는 거대지진이 앞으로 30~50년 정도 사이에 4, 5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2007년 당시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밝힌 위험성이 지적되는 거대지진의 대표적 사례가 도카이지진(M 8,0, 향후 30년 사이에 발생할 확률 78%), 도난카이지진(M 8.1, 60~70%), 난카이지진(M 8.4, 50%), 미야기현앞바다지진(M 7.5, 99%), 산리쿠앞바다북부지진(M7.1, 90%), 산리쿠앞바다 남부해구인근지진(M 7.7, 80~90%) 등이었다. 그런데 그 뒤 불과 4년 만에 산리쿠앞바다에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이러한 과학적 예측이 지금 일본의 '7월 중 대재앙설'과도 어느 정도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지진학자 에카르트 그림멜(Eckhard Grimmel)은 '동·남아시아의 원전에 대한 지진의 위협(2002.10)'이란 논문에서 구텐베르크와 리히터의 연구(1954)를 바탕으로 이 지역의 종합적인 지진 규모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a) 규모 7.75-8.2, b) 7.0-7.7, c) 6.0-6.9, d) 6.5-7.5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할까? 정답은 b)이다. 물론 일본은 a)이다. 그런데 그림멜 박사는 "원전이 있는 나라는 여기에다 규모 0.5를 더 더해야 한다"며 "한국의 경우 규모 7.5-8.2에 대응해 내진설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アソシエ, アソシエ編集委員會, 2002).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규모 7.0 이상을 상정하기는 커녕, 2017년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신청 때 한수원이 활성단층지도 보고서를 묵살하거나 왜곡된 자료를 제출했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제기됐다.

게이오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의 후지타 히로유키(藤田祐幸)는 <더이상 원전에 속지않는다(もう原發にはだまされない)>(2011)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과거 일본 헤이안시대인 869년 지금의 도호쿠지역인 산리쿠앞바다를 진원으로 하는 대지진이었던 '조간(貞觀)지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당시 조간지진은 규모 8.3에 쓰나미 피해가 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에 '조간지진'에 대한 연구 결과로 발표돼 원전의 방재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지만 일본 원전당국에 의해 무시됐다.

강진이 오면 과연 우리나라 원전은 문제가 없을까? 고리1호기를 건설할 당시인 1970년대 초반엔 양산단층대가 발견되지 않았다. 2016년 경주지진으로 인해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에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며, 포항지진 단층 또한 그간 거론되지 않은 것이어서 대한민국도 더이상 대규모 지진 발생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1970~80년대 지어진 고리1~4호기 등 노후원전은 규모 6.5를 견딜 수 있는 최대 지반가속도 0.2g 수준의 내진설계밖에 돼 있지 않다. 신고리3·4호기부터는 규모 7.0을 견딜 수 있는 0.3g로 설계돼 있다. 한수원은 지진 발생 주기를 1만 년 기준으로 지반가속도 0.28g로 보고 있다. 참고로 지반가속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력가속도 g의 몇 배의 힘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2017년 11월 한수원이 내진 성능을 신고리5·6호기의 경우 규모 7.4까지,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규모 7.0에 대응하도록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2017년 11월 8일).

윤석열 정부는 2023년 4월 설계수명 40년이 만료된 고리2호기 등의 노후원전들을 대상으로 10년 수명 연장이나 원전부지 내 임시건식저장시설 건설을 강행했다. 이러한 원전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었다. 특히 양산단층대에 들어서 있는 고리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 추진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마땅하다. 고이데 히로아키의 <지진열도의 원전이 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에서 경고한 원전안전신화, 원전마피아의 논리에 새 정부가 휘들려서는 절대 안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