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감찰 넘어 본격 수사로 가나?

투기자본감시센터, 이영렬 등 검찰 간부 무더기 고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일명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검찰 고위 간부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도 돈봉투 만찬 사건의 실정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도 이 사건에 대한 별개의 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불거진 뒤 법무부와 검찰이 합동감찰팀을 꾸려 만찬 참석자 전원에게 경위서를 받는 등 기초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감찰팀의 조사와 별개로 형사 고발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문제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2일 오전 경찰청을 방문해 이영렬(현 부산고검 차장)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현 대구고검 차장)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간부 10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뇌물 수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센터는 "이번 돈봉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검찰국장이 차기 검찰총장 자리를 노리고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이 사건을 검찰 스스로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어 "이영렬 전 지검장은 우병우 사건 등 센터가 고발한 사건들을 불법적으로 기각했다"면서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보다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은 지난달 21일 이영렬 전 지검장과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7명과 안태근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사 3명이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하며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다.

당시 이 지검장이 우 전 수석의 사건을 총 지휘하는 특별수사본부장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고, 검찰이 안 국장과 우 전 수석 사이 1000여차례 통화가 오갔다는 특검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고도 별다른 조사 없이 수사를 종결해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됐던 때라는 점 등이 지적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센터는 "안 전 국장이 노 차장에게 100만원, 부장검사 5명에게 70만원씩 담긴 돈봉투를 건넸고 이 전 지검장과 또 다른 3명에게 100만원씩 든 돈 봉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 전 국장이 제공한 금전 등은 이 전 지검장과 검사들이 우 전 수석을 수사하지 않은 행위, 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대한 보답 뇌물인 것"이라며 "안 전 국장도 이 전 지검장에게 자신과 관련한 우병우 사단에 대한 수사를 무혐의 처분해 무마시킨 범죄사실에 대한 보답뇌물을 제공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가 고발한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정법 위반은 정확히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수사는 검찰과 협의해야 한다. 일단 접수 내용을 보고, 법무부의 감찰 상황도 보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돈봉투 사건 관련 언론보도를 근거로 A씨가 제출한 고발장이 지난주 대검에 접수돼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고발인이나 피고발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처럼 경찰과 검찰 양쪽에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 주체를 놓고 경찰과 검찰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도 엿보인다.

"검찰, 우 전 수석 부실수사 했다"

센터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넥슨이 2009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서울 강남역 인근 부동산을 거래할 당시 땅 주인의 신상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

센터가 제시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우 전 수석 등)를 보면 검찰은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조사하면서 '소유자 인적사항 정리'라는 파일을 확보했다. 이 파일에는 '이상달 씨 자녀 둘째 이민정, 남편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로 문제의 땅 소유자가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문건은 넥슨 직원인 이 모 팀장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했으며 당시 서민 넥슨 사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이 우 전 수석 관련 땅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 회사가 우 전 수석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해 땅을 시가보다 비싼 값에 사줬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이날 "해당 문건은 넥슨이 일본에서 대출을 받기 위한 용도로 작성됐으며 내부 보고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관련자 진술과 이메일 내용 등을 통해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이미 쌍방이 매입·매도의향서를 교부하고 매매가를 포함한 매매 의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이후"라며 "문건이 매매 합의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당시 거래 진행 과정을 보면 넥슨 외에 다른 여러 곳에서 매수 의사를 표시해 우 전 수석측은 느긋한 입장이었던 데 반해 넥슨은 잠재적 경쟁자의 출현으로 상대적으로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었다"면서 거래가 협상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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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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