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러시아 '내통' 의혹…WP "기밀정보 전달"

트럼프 정부 성명 내고 "사실 무근" 반박

러시아와 내통설로 논란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기밀 정보를 넘겨줬다는 의혹에 직면했다. 트럼프 정부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5일(이하 현지 시각) 전‧현직 미국 관료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났을 때 동맹국으로부터 입수한 기밀 정보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 인사들에게 공개한 정보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맺은 정보공유협정에 따라 입수한 정보라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내에서도 엄격하게 통제된 인원들에게만 공개되는 정보를 러시아 측에 넘겼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관료는 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공개한) 정보는 암호 (code-word)로 돼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동맹국들과 공유했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러시아 대사에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러시아 측에 공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정보를 미국과 공유한 동맹국은 사전에 미국에 이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해도 괜찮다는 승인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활동하고 있는 정보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측 인사 간 만남 이후 백악관이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에 후속 상황에 대비하라는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났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정보를 공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측과) 테러 위협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정보 기관에서 나온 어떠한 자료나 정보도 언급되지 않았고 군사 작전과 관련한 기밀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까지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이번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이 있었다는 의혹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해킹과 관련,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조사하던 미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이 전격 해임된 이후 야당인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면서 코미 국장의 후임도 인준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임한 것이 러시아 커넥션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오히려 의혹을 키운 '시발점' 이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이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