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홍준표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어대문'? 아니 '투대문'"…사전투표 독려

대선을 6일 남겨놓은 3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막판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을 계기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해 '과반 득표'에 호소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을 적극 견제해 온 문 후보 선거캠프도 최근 들어 홍 후보를 정면 조준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청년들과 함께하는 사전투표 붐업(띄우기)' 행사에서 "사전투표가 25%를 넘으면 홍대 거리에서 여러분과 '프리 허그' 한 번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여러분, '어대문' 맞느냐? 아니다. '투대문'이다"라고 했다.

'어대문'은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줄인 말로, SNS 등 온라인에서 문 후보의 자발적 지지자들이 '문재인 대세론'을 설파하는 데 써온 신조어다. 반면 '투대문'은 지난달 하순께부터 주로 문 후보 캠프 쪽에서 강조하고 있는 신조어로 '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뜻이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이제 '어대문' 아니다. '어대문' 하면 큰일난다"며 "투대문"을 대여섯 차례 반복해서 구호처럼 외쳤다. 특히 "큰일난다"는 말에 시선이 간다.

문 후보의 발언은 최근 여론조사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4월 중순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같은달 하순께부터는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홍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1강 2중'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발표된 이날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런 지지율 변동 추세가 읽혔다. (☞관련 기사 : [갤럽] 문재인 38%, 안철수 20%, 홍준표 16%, [리얼미터] 문재인 42.4%, 안철수·홍준표 각 18.6%)

문 후보 선거캠프도 '주 타격 방향'을 안철수에서 홍준표로 바꿔 잡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바른정당 의원 10여 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을 "바른정당 탈당파와 홍 후보의 정치 파괴 행위"라며 "이 사건은 세계 정당사에 남을 전대미문의 정치 파괴, 정당 파괴이다. 정치 혐오를 부추겨 민주주의와 정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맹공했다. 전날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 겸 문재인 캠프 공동 공보단장도 "홍 후보는 민심과 맞서는 정권연장 세력의 우두머리"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불과 이틀 전 박광온 단장이 "국민의당이 선거 막판까지 자유한국당과의 '문모닝 연대'에 집착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스스로를 홍 후보 수준으로까지 떨어뜨리지 마시길 바란다"고 한 것과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박 단장은 지난달 30일에는 "오늘도 홍 후보의 막말과 국민을 폄하하는 언행에 대해 말씀드리게 돼서 매우 유감"이라며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다. 윤 수석대변인도 4월 21일 논평 '안철수 후보, 이번에는 부패 기득권 정권연장 세력과의 색깔론 연대인가'에서는, 주된 비판 대상을 안 후보로 설정하고 홍 후보에 대해서는 지나가듯 한 문단 정도를 할애하는 데 그쳤었다.

사실 4월 중순까지는 '문재인의 입'인 이들 두 명의 공보단장이 직접 홍 후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들은 주로 안 후보에 대한 검증과 비판을 맡았고, 홍 후보에 대한 대응은 주로 캠프 대변인과 부대변인들의 몫이었다. 때문에 4월 25일 이후부터 박·윤 단장이 '홍준표, 입만 열면 막말과 거짓말'(26일), '홍준표 거짓말 시리즈는 언제 끝나나'(27일), '직무수행 2년 연속 꼴찌, 국정도 파탄낼 생각인가'(28일), '국민 얼굴 먹칠하는 나라 망칠 후보'(30일), '역대 10대 막말과 망언 고발한다'(30일), '여성 비하 전문 후보'(30일) 등의 논평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것은 그 때를 전후로 '주공' 방향에 조정이 가해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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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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