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청계천 전태일 동상 헌화하려다가...

한국노총 문재인, 민주노총 심상정

제127주년 노동절을 맞아 주요 대선 주자들이 노동계와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노동계와 정책 협약 체결식을 하거나 노동 정책을 추가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우클릭을 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청계천 전태일 동상 앞에 헌화를 하려다 일부 노동계 인사들의 반발로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 하고 당사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노동절 관련 특별한 메시지를 내거나 관련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찾아 노동절 기념식을 참석하고 '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7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문 후보 공식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이에 앞서 노동분야 정책을 다시금 소개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특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해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그는 "노동 존중은 새로운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라고 했다. (☞ 관련 기사 : 대통령후보의 일자리·노동 공약을 분석했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노동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정치권은 계파 패권 정치로 멍들어 있고, 경제계는 재벌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며 "정치와 경제가 공생하는 기득권 체제에 국민이, 노동자가 있겠느냐. 계파 패권주의가 망쳐버린 나라를 개혁공동정부로 바로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버들다리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청년 알바생 및 환경미화원, 퀵서비스 노동자 등 부문별 노동자 대표들을 만나 노동 현안을 청취하고 전태일 열사 추모 헌화 등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10여 곳으로 구성된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 측 인사들이 전태일 동상 앞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며 안 후보는 당사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차헌호 공동투쟁위 공동대표는 "안 후보가 광화문에서 두 번의 유세를 했다. 인근 광고탑에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었지만, 안 후보는 이를 외면했다. 노동자들이 안 후보 옆 5m까지 갔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방해되니 저리 가라'고 했다. 최소한 우리가 왜 고공농성을 하는지 이야기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나"라 고 비판했다.

차 대표는 또 "무늬만 정규직인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제도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으면서 전태일 동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며 "차라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처럼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으니 전태일 동상에 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찾아 '헌법 전문을 포함해 헌법 조문 전체에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노동 헌장'을 발표했다.

심 후보는 또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노동자 둘 중 하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세계 최악의 산재 왕국이 바로 지금 대한민국 노동의 현실"이라며 "정의당은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통해 반드시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심 후보는 오후에는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리는 제127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에 참석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심상정 후보와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에도 서울 대학로 흥사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19대 대선에서 기호 5번 심상정 후보, 기호 10번 김선동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면서 "두 후보의 득표는 결코 사표가 될 수 없다. 이들이 얻은 한표 한표는 대선 후 한국 사회 대개혁을 놓고 벌어질 일대 각축전과 노동의제 쟁취 투쟁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노동절과 별개로 이날 오전 제주도를 찾아 4.3 평화공원을 참배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이지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유승민 후보의 '칼퇴근법'을 다른 대선 후보들이 집권 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점을 다시금 짚었다.

또 지상욱 대변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고 있는 평범한 근로자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유승민 후보는 헌법의 신성한 권리와 의무인 노동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나가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는 노동절을 맞아서도 "강성 귀족노조의 폐해를 끊어야 한다"며 "소수의 귀족노조 만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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