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회복 어려운 치명타 입었다"

[유인태의 판세토크] "문재인도 오만한 태도 보이면…"

"안철수 후보가 치명타를 입었다"고 했다. 유인태 전 의원의 진단이다.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내가 갑철수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라고 했던 공격이 결정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걸까.

'인물 됨됨이'가 부각되는 선거 막판, 그것도 시청률이 대단히 높았던 TV 토론에서 안 후보가 큰 실점을 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유 전 의원은 "'갑철수'나 'MB 아바타'를 거론하며 칭얼대는 듯한 모습은 '셀프 디스(자가 비난)' 이상이었다"며 "혹자는 '징징댄다'고 하던데,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단정투로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그 역시 4차 TV 토론에서 했던 동성애 반대 발언이나 고압적인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문 후보도 상처를 입긴 했다"며 "다음 TV 토론에서도 오만하게 비치면 그때는 지지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유승민 후보에게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한 것은 굉장히 오만해 보였다"며 "동성애 논란보다는 이런 태도 논란이 영향을 더 크게 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보수표의 이탈이 주된 원인이다. 유 전 의원은 "이 추세대로면 홍준표 후보가 15% 득표율을 넘을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선거비용이라는 '실탄'과 자유한국당의 뿌리깊은 조직력을 감안한 전망이다.

유 전 의원은 "TV 토론에서 홍 후보가 참 장사를 잘하더라"며 "성소수자와 강성노조, 군가산점 같은 수구들 입맛에 맞는 아이템은 밥상 위에 다 올렸다"고 비꼬았다. 덧붙여 "그런 걸 보면 홍준표 후보는 대선에서 이길 생각이 아니라 15% 넘겨서 체면치레를 하고 실제로는 당권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꼽은 대선 마지막 변수는 "단일화와 문재인의 실수"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제안한 3자 단일화와 관련해 "가능성도 희박하고 실현된다고 해도 파괴력은 생각보다 약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대선이 지나면 개혁 과제 등을 놓고 모든 시선이 국회로 옮겨 갈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보수의 가치도 지키면서 다른 민생 문제에서 합리적으로 의정활동을 잘 해나가면 상당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대선 후 공동정부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정책 협의까지 해서 연정을 하는 게 가능해 보이는데, 바른정당까지 같이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바른정당과는 연정이 어렵다면 충분히 서로 논의를 하는 협치를 잘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26일 진행한 유인태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보수층 확신이 깨졌다…이대로면 홍준표 15% 넘는다"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 차이가 두 자릿수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양강 구도'는 이제 무너졌다고 봐도 될까?

유인태 : 그렇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일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을 물과 기름에 빗대는 이들도 있더라. 대구 등 보수의 지지층과 호남의 지지층을 한꺼번에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그 허점이 드러났다. 또 안 후보는 중앙선관위원회가 주최한 1차 토론(지난달 23일 진행된 3차 TV 토론)에서 상당한 치명타를 입었다. '갑철수'나 'MB 아바타'를 거론하며 칭얼대는 듯한 모습은 '셀프 디스(자가 비난)' 이상이었다.

프레시안 :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나?

유인태 : TV 토론이 지지율에 별 영향을 안 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치명상을 입으면 영향을 준다. TV토론은, 상대방이 치는 '잔 주먹'으로는 지지율이 요동을 안 치지만 치명타를 입으면 회복이 안 된다. 지난번 3차 TV 토론에서 안 후보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상을 입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어제(25일) 한 4차 토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태도 논란과 동성애 반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어떤가?

유인태 : 문 후보도 상처를 입긴 했지만, 안 후보의 '갑철수' 만큼의 치명상은 안 될 것 같다. 홍준표 후보에게 '이보세요'라고 한 것은 좀 지나쳤다. 홍 후보가 하도 터무니없는 소리를 계속하니 흥분했던 모양이다. '예의를 좀 지키시죠' 정도 하면 좋았을 텐데. 그렇더라도 나이 어린 홍 후보에게 한 표현이니 어느정도 상쇄는 되리라고 본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유승민 후보에게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한 것은 굉장히 오만해 보였다. 몇 번에 걸쳐 공공 일자리 재원을 설명했는데 유 후보가 계속 물고 늘어지고, 거기에 똑같은 답변을 하면서 자기 토론 시간도 빼앗기니 좀 신경질은 났을 게다. 그 사정은 알겠지만 그래도 다른 후보한테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해서는 안 되는 거다. 동성애 논란보다는 이런 태도 논란이 영향을 더 크게 줄 것이다. 다음 TV 토론에서도 어제처럼 오만하게 비치면 그때는 지지율에 영향을 줄 거다.

어제 토론에선 안철수 후보가 부인 김미경 교수 논란과 관련한 심상정 후보의 질의에 보인 태도도 적절하지 못했다. 심 후보는 김 교수가 논문자료 검색 같은 일까지 안 후보 보좌관에게 요청한 것에 대해 김 교수가 사과할 게 아니라 안 후보가 사과할 일이라고 했는데, 여기다 대고 안 후보는 '내 아내는 의정 활동을 도왔다'고 답했다. 말하는 태도가 크게 사과할 일이 아니고, 내 아내는 나를 도와주니 내 보좌관은 내 아내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투였다. 이렇게 공사 구분을 못 하는 모습이 지난번 3차 토론에서 보인, 혹자는 '징징댄다'고 하던데 그런 이미지와 겹쳐서 상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프레시안 : 안 후보에게서 빠진 보수층이 일부는 홍준표 후보에게 이동했지만 상당수는 부동층으로 묶여있다. 이 상황에서 보수가 안 후보에게 '전략적 선택'을 포기했다고 봐도 될까?

유인태 : 전략적 선택이 유지되려면, 보수층 유권자 입장에서 비록 안철수가 '차악'일지언정 투표만 하면 확실히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여론조사들을 보면 그 확신이 깨질 수밖에 없다.

결국 보수층 지지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에게로 분산될 텐데, 이 추세대로면 홍 후보가 15% 득표율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가 10% 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던데 자유한국당에는 93명 현역 의원들이 있다. 또 바른정당과 비교도 안 되게 큰 규모의 선거 비용을 가지고 있다. 그 조직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바른정당, 앞으로 1년이 골든 타임"

프레시안 :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3자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일단 국민의당은 '관심 없다'는 태도고 자유한국당은 홍 후보도 뜨뜻미지근하다. 성사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데, 왜 이런 무리한 일이 벌어졌고 보나?

유인태 :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바른정당 의원들 지역에서 기초의원들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나서 '이대로 가서는 희망이 없다'며 자유한국당과 합치라고 난리들을 치니 그런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단일화가 안 되더라도, 의원들은 자기 지역 가서 '그래도 나는 단일화를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후보가 말을 안 들은 거다' 이거라도 보여주고 싶으니 명분 쌓기 용으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삼자 단일화는 잘 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보수층만 결집해주고 호남이 뒤집어지면서 안철수 후보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워낙 이질적인 영호남 간 결합이 이뤄지겠나. 현실 가능성이 그나마 큰 것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양자 단일화인데, 이건 해봐야 의미가 별로 없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끝까지 안 받을 거다. 자강론으로 양강 구도까지 갔었는데 오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계산을 하겠지.

요컨대, 3자 단일화는 마지막 변수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가능성도 희박하고 실현된다고 해도 파괴력은 생각보다 약할 것으로 본다. 대선 막판 변수는 이 3자 단일화 성사 여부, 그리고 남은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어제처럼 제 살 깎아 먹는 태도를 보이는 큰 실수를 더 할 것이냐 실수 없이 레이스를 마무리할 것이냐 정도로 좁혀졌다.

프레시안 : 선거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대선 후에 바른정당이 존립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인태 : 바른정당은 대선 후엔 곧바로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중요한 존재가 될 거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대선 후 1년, 즉 지방선거까지 1년 동안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우며 지금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할 기회가 온다. 1년 안에 자유한국당을 넘어설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본다.

당장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바른정당과는 협치를 안 할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과는 간극이 커서 어려울 거다.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후보는 보따리 싸서 집에 가야 할 것이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 호남 의원들과 지금 민주당은 합당은 안 하더라도 원래 한 식구다. 하지만 그 둘 합쳐봐야 150석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면 앞으로 국회는 바른정당이 가자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 때와 상황이 똑같아지는 것이다.

대선이 지나면 개혁 과제 등을 놓고 모든 시선이 국회로 옮겨 갈 것이다. 여기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가치도 어느 정도 지키면서 다른 민생 문제에선 합리적으로 의정활동을 잘 해나가면 상당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완주를 주장하는 유승민 후보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김무성 의원은 지금 국민의당의 박지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정국은 박지원과 김무성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1년, 대선 후 국회에서의 1년이 바른정당에는 어떻게든 '골든 타임'이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왜 이렇게 안 오를까.

유인태 : 바로 그게 우리 보수가 얼마나 극우가 주류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80% 정도였으니, 박 대통령의 배신자라는 것은 딱지가 아니라 훈장이 되어야 하질 않나. 그런데 배신자 프레임이 보수층에선 꽤 먹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보수에서는 유승민은 안보에서만 보수지 경제 사회 정책에선 좌파라고 보고 있다. 사실 유럽 정도 기준으로 하면 민주당도 진보가 아니질 않나. 또 하나는, 유 후보를 보니 토론은 잘하는데 정치적 리더의 느낌이 안 나고 학자 같더라. 그런 한계도 좀 있기는 한 것 같다.

프레시안 : 그렇게 보면 정치개혁 등 국회와 차기 정부의 과제에서 바른정당의 태도가 중요할 텐데?

유인태 : 바른정당은 개헌과 동시에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해야 한다. 유승민 후보가 지난번 TV 토론에서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한 것은, 몇 년 전에 안철수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급해서 나온 포퓰리즘 같다. 지방선거도 선거제도를 바꾸면 바른정당 후보들이 자유한국당으로 갈 이유가 없다. 기초의원 선거 원칙은 중선거구제인데, 이 선거구를 광역의회에서 획정한다. 여긴 언론 감시가 약하다. 그래서인지 각 광역 의회에서 3인 선거구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다 둘로 쪼개 버렸다. 과거 새누리당과 민주당 두 당이 얌체 짓을 한 것이다.

이걸 3인 선거구로 늘리면, 소수당 의원이 나온다. 예전에도 3인 선거구에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 정당 기초 의원들이 나왔다. 2인 선거구는 공천만 받으면 되는 거라 비례대표랑 똑같다. 그러다 보니 서울만 해도 광역의원보다 기초의원들 연령이 더 높다. 고참 당원들이 다 해 먹고 있는 것이다. 광역만 해도 소선거구제니까 얼씬도 못 하는데, 기초를 중선거구제로 해놓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제도를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3당, 4당 체제로 만들고, 기초 선거구제도를 이렇게 바꾼다면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될 이유가 없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연정을, 바른정당과는 협치를"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기습 배치됐다. 송민순 전 외교통일부 장관의 회고록 등 안보 이슈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를 따라 국민의당도 우클릭을 하는 모습이다. 안보 이슈가 판세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유인태 : 내가 보기엔, 북에서 핵실험을 하거나 국지전 같은 파탄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지금 정도의 안보 이슈는 판세에 크게 영향을 못 준다.

송민순 회고록 건도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애초에 아니었다. 진실 공방하며 고발까지 하고 그랬는데, 내가 보기엔 송민순 말도 맞고 문재인 쪽 말도 맞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11월 16일에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기권하는 쪽으로 결정했는데도 왜 18일에 또 회의를 열었겠냐고 공격하는데, 그건 노무현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다. 결정은 이미 했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편지를 보내고 이러니 '송민순 달래기'를 위해 한 번 더 만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그렇게 장관이 대들 수 있었던 정부였다. 그때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송 전 장관이 그때 편지까지 써가며 다시 만나자고 하고 18일에 서별관에서 다시 모이기로 하니 참석자들은 꽤나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18일은 일요일이었다. '아니 이거 다 결정된 건데 일요일에 왜 또 논의를 반복하느냐'는 불만 아니었겠나.

송민순 전 장관 입장도 이해는 된다. 송 전 장관은 당시 일본이나 미국에 '우리도 찬성할 테니 결의문 내용을 완화해 달라'고 하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던 것 같다. UN에 와 있던 북한 대표 쪽에서도 그 노력을 다 안다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이 기권 표결을 하면 본인 입장이 난처해진다. 또 청와대 쪽으로부터 안보조정회의도 안 거치고 미국 일본에 찬성 표결을 할 것이라고 귀띔한 것은 월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송민순 전 장관이 '북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니 대북라인에 욕심이 많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그럼 내가 알아볼게' 이렇게 되질 않았겠나. 송민순 전 장관 책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북한에 물어보라 그랬다고 하는데, 당시 회의는 백종천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것이었다. 문재인은 비서실장이니 송민순 장관을 달래는 역할이었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는데, 16일에 결정하고도 18일에 노 전 대통령이 참모들을 다시 모으고 싱가포르에서 결국 '이렇게 가자'고 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좋은 면이다. 자신의 결정에도 반발하는 장관을 계속 불러서 설득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걸 다른 사람들은 16일에 결정했다고 기억하는 것이고 송 전 장관은 20일에 결정했다고 기억하는 것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이런 게 아니라, 모두가 제각각의 기억 속에서 맞는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요즘 문 후보를 상대로 '성완종 사면을 맨입으로 해줬냐'는 공격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정무수석을 했던 입장에서 이 사건을 좀 설명해 달라.

유인태 : 홍준표 후보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한테 사면을 자꾸 묻는데, 아주 천박하기 그지없다. 정치권 사면은 정무수석실이 주관한다. 사면 전체 과정은 이렇다. 법무부가 사면자 기준과 리스트를 만들어서 청와대와 조율한다. 기본 안은 법무부가 짜는 것이다.

기업인 사면은 민정수석실에서 해서 정무수석은 전후 과정을 아예 모른다. 다만 선거법, 정치자금법 같은 정치권 관련 사면 명단은 정무수석실이 만든다. 이때 관례가 있다. 어느 한쪽 당에만 유리한 사면이 이루어지면 안 되니, 최대한 여야를 공평하게 사면한다.

이러면 각 당의 주요 인사들은 서로 대강 누가 사면이 될 것인지를 안다. 선수들은 서로 다 안다는 말이다. 이렇게 서로 다 아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그것도 정무수석 주도로 이루어진 사면을 가지고 옛날 민정수석한테 '맨입으로 해줬냐'고 공격하는 것은 참 천박하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토론의 질은 그렇더라도 TV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득점을 한 것 아닌가?

유인태 : 어제 토론에서 홍 후보 하는 걸 보니, 참 장사를 잘하더라. 사형제 폐지를 선거 이슈로 장사를 해 먹는 것은 나로서는 참 못마땅하다. 거기에 성소수자와 강성노조, 군가산점 같은 수구들 입맛에 맞는 아이템은 밥상 위에 다 올렸다. 그런 걸 보면 홍준표 후보는 대선에서 이길 생각이 아니라 15% 넘겨서 체면치레하고 실제로는 당권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그리고 문재인만 이번 토론에서 사형제 폐지 반대 의견을 밝힌 모양새가 됐는데, 내가 19대 때 진행했던 사형제 폐지 법안에 나머지 세 후보(안철수 유승민 심상정)도 모두 이름을 올렸었다. 유승민 의원도 이름을 올렸었고. 그러니까 홍준표 빼고는 다 폐지 찬성인 것이다.

프레시안 : 이제 2주 후면 새정부가 출범한다. 인수위가 없어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바로 구성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일 텐데, 조언을 한다면?

유인태 : 바른정당까지 포괄하는 연정을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정부 운용을 하는 게 중요하다. 바른정당이 쉽게 응할 것 같지는 않지만 계속 협조를 구하는 게 좋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연정은 당 대 당으로 하는 것이란 점이다. 독일을 보면 다양한 정책 사안을 두고 각 당이 상당히 오랜 기간 논의해서 합의를 하고 연정에 들어간다. 안철수 후보가 '다른 당의 훌륭한 인재도 장관으로 쓰겠다'고 했는데, 이런 건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사람 안 온다.

만약 바른정당 어느 의원이 훌륭하니 장관을 시키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건 사람 빼 오는 모양새고, 그 제안을 받은 사람도 배신자 낙인이 찍힐 테니 절대 안 온다.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당신 당에서 OO부 장관을 추천해주시오 이렇게 해야만 사람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하고 있는 연정도 비슷하다. 처음에 민주당에 연정을 제안했을 때 민주당에서도 이걸 받을 것이냐 받지 않을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남 지사가 부시장은 민주당이 추천을 하게끔 하고 대신 권한을 다 줬다. 이제는 민주당 도의원 의원총회에서 부시장할 사람을 뽑는 모양이더라.

내가 보기에는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정책 협의까지 해서 연정을 하는 게 가능해 보이는데, 바른정당까지 같이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른정당이 안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관 보내놓고 여당하고 죽기 살기로 싸우기가 어려울 테니. 그러니 바른정당과는 연정이 어렵다면 충분히 서로 논의를 하는 협치를 잘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는 행정관 수를 확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장관들 중심으로 정책을 펴나가려면 행정관을 줄여야 한다. 생각보다 대통령 중심제 체제에선 청와대 행정관의 권한이 부처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참대통령이 후보가 당선된 후 자신을 도움 사람을 챙길 때, 주기 가장 좋은 자리가 행정관인데 이런 건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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