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인 문재인, 동성애 발언 해명 진땀

"나는 현실 정치인이기 때문에…송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27일 "동성애는 허용하고 말고, 찬반을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각자의 (성적) 지향이고 또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라면서 "다만 군대 내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성혼 합법과 관련해서는 "동성혼까지 받아질 수 있는 사회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 전체 인권인식이 부족해)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통합정부추진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차 토론에서 촉발된 동성애 반대 논란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문 후보는 "지금 성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많은 차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분들이 그런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있다"며 그런데 "저는 정치인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의 입장과)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차이(정치인으로서의 현실적 차이) 때문에 그분들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서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군대 내 동성애, 성희롱·성추행 빌미 되니 반대"

문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저는 명확하다"며 "동성애는 찬반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날 제가 (홍준표 후보로부터) 받았던 질문은 군내 동성애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라고 했다.

군대 동성애 반대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영내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스토킹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성희롱·성추행의 빌미가 될 수 있고, 적법·위법의 경계를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군내 동성애 허용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영내에서 방금 말씀하신 행위(동성애)들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동성애와 동성 간 성행위를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성폭력의 빌미가 될 수 있고 특정 성행위에 적법·위법을 구분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한다고 해서 연애와 성행위 자체를 금지한다는 발상은 이성애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 중 상당수는 이성애자다.

文, "사회적 합의 부족" 이유로 동성혼 합법화 반대

문 후보는 동성혼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에 대해서는 "작년에 미국 연방 법원에서 동성혼 합법화를 판결한 바 있다. 미국 같은 인권 선진국에서도 많은 세월 논란을 거친 끝에 작년에 합법 의견이 나왔는데, 거기에 비하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동성혼을 하나의 적법한 결혼으로 인정하기까지의 사회적 합의는 모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언젠가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동성혼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는 지금 상황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도 했다.

문 후보가 언급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간 결혼 금지는 위헌이란 결정은 재작년 6월에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당시 각 '주 정부가 동성 결혼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으며,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한 연방 대법원의 합헌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문 후보는 지역,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차별 금지법'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나가야만 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국가 인권위원회 법에 포괄적인 차별 금지 조항이 있지만, 차별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시정을 하려면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면서 그래서 "오래 전부터 사회 일각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일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이 차별금지법을 마치 동성혼 합법화 법인 것으로 오해를 하며 큰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문 후보는 토론 당시 지난 25일 TV 토론 당시 홍 후보가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집요하게 묻자 "저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것에 대해서도 이날 해명했다. 그는 "개인적 선호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저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현실 정치 상황 속에서 제 입장을 밝힌 것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간극에 대해서는 널리 이해를 구하고 싶다.

"문재인 '동성애' 해명도…아무 말 대잔치"

이 같은 문 후보의 해명성 발언은 25일 TV 토론에서 한 '동성애 반대' 발언에서 특별히 진전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고려'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문 후보의 입장이 대선 표를 의식하고 나온 것임을 방증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한채윤 씨는 이날 문 후보의 해명에 대해 "인권 의식이 없다고 몰릴까봐 찬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고, 동시에 표를 잃을까봐 동성혼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어느 쪽에서도 욕 먹지 않고 표 잃지 않겠다는 생각만 있고 (정책 결정자로서는) 아무 생각 없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평했다.

한 씨는 이어 "문 후보가 (논쟁을 회피함으로써) 사실상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를 허락하는 꼴이 되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은 고려 안 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과 같다"면서 "대통령 후보들이 정책 이해도 없고 현실 이해도 없이 표를 받기 위한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문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는 성폭력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한 씨는 "군형법 92조 6(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라며 "군내 동성애란 말 자체가 모호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내에서 동성애를 허용하냐 안 하냐는 어차피 (최종 결정이)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이성애든 동성애든 영내 성행위는 어차피 허용이 안 된다. 대통령 후보가 거기에 입장을 안 밝혀도 된다. 도대체 (문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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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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