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박근혜-황교안 정부의 해명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는 결정적인 증언이 나왔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26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지적해둘 것이 있다. 정부와 언론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런 표현은 사드 배치와 운영의 주체가 주한미군이고, 그래서 사드가 한국에만 국한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사드 및 X-밴드 레이더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에 따르면, "주한미군 사령부는 전쟁 사령부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훈련 및 준비 상태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하는 태평양 사령부의 보조 사령부"이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상급 부대는 태평양 사령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술 및 작전상으로도 중요한 지점이 있다. 성주에 기습적으로 배치된 X-밴드 레이더는 MD의 '두뇌'에 해당되는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시스템과 "직접 통신"이 가능하고, C2BMC에는 X-밴드를 원거리에서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내장되어 있다. 이는 나의 주장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문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주한미군 사령부에는 C2BMC가 없지만, 상급 부대인 태평양 사령부에는 있다. 이는 지휘체계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 사령부가 성주 X-밴드 레이더를 운용·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미국 본토에 있는 전략 사령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해리스 사령관의 미 의회 청문회 증언으로 넘어가 보자. 그는 서면으로 제출한 자료를 통해 "태평양 사령부의 우선 순위는 MD"라고 밝혔다. "하와이, 괌, 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영토는 미국 본토의 일부이기 때문에 반드시 방어되어야 한다"며, 두 나라의 위협을 지목했다.
하나는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시험에 나서고 있는 북한"이고, 또 하나는 바로 중국이다. 그는 "중국이 고도의 재진입체와 초음속 무기를 비롯한 탄두 시험과 배치는 미국의 전략적, 운용적, 전술적 이동 및 작전상의 자유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MD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는 이어서 일본 X-밴드 레이더, 괌 사드, 하와이에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 배치를 언급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미 태평양 사령부와 주한미군은 펜타곤의 지원을 받아 미 육군 및 미사일방어국(MDA)과 함께 수개월 내에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 그는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태평양 사령부와 미 육군, 그리고 MDA도 사드 배치 주체로 언급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와 언론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라고 표현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다음 대목이다. 그는 "태평양 사령부는 완전히 통합적인 탄도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목표로 일본, 한국, 호주와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한국 내 사드 및 X-밴드 레이더가 통합 MD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사드 및 X-밴드 레이더의 성격은 명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들 시스템이 미국 주도의 통합 MD의 일환이며,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황교안 정부는 물론이고 정부의 주장을 검증해야 할 상당수 언론, 그리고 일부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면서 중국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성주 X-밴드 레이더는 중국의 안보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태평양 사령관의 증언과 미국 정부의 여러 문서들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지 않은가? 사정이 이렇다면 최소한 사드 배치를 유보하고 이러한 문제부터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주권 국가의 기본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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