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개인 비리, 검찰이 털어줬다

박근혜보다 우병우가 어려웠던 검찰, '제 식구 감싸기'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기소로, 6개월에 걸친 검찰의 '국정 농단 사태'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 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혔다. 혐의 목록에서도 개인 비리 등은 빼고 직권남용 등 8개만 포함해 검찰이 결국 '제 식구 감싸기'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7일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특별감찰관법 위반·직무유기·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특검으로부터 우 전 수석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6일 수사를 재개한 뒤 참고인 60여 명을 소환 조사한 뒤 혐의를 8개로 정리했다. 특검에서 이어받은 혐의가 6개, 검찰이 새로 추가한 혐의가 2개다.

우 전 수석에게 가장 많이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관련 부분으로 총 네 가지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국과장급 공무원 6명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하도록 한 혐의,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현장실태 점검을 나가겠다고 압박해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에 의무 없는 감사 준비를 하도록 한 혐의 등이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감찰하지 않고 오히려 법적 대응방안을 알려주는 등 진상 은폐에 가담한 부분은 직무 유기로 판단했다.

또, 이석수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자신의 감찰하자 '감찰 중단을 하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특별감찰관법 위반으로 봤다.

'세월호 수사팀 압력' 의혹은 직권남용, 강요가 아닌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포함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당시 우병우가 수사 검사에게 전화해서 압수수색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 표시한 것 사실"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직권 남용, 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어 직권남용보다 형량 훨씬 높은 위증으로 인지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단순히 상황파악만 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사팀에 전화를 넣어서 "청와대와 해경 간 전화 통화 녹음 파일을 꼭 압수해야 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비리 의혹 부분은 혐의 사실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기는 대신 부인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배임·수임 비리 등 의혹은 직무 관련성이나 혐의가 없거나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과 관련한 1억 6000만 원 정도의 횡령 혐의와 관련한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세금 신고 내역과 계좌 등을 조사했는데 100% 신고를 다 했고 탈세 정황이 전혀 없었다"며 "부동산 펀드 투자 등 개인 비리 의혹도 부정한 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우 전 수석의 부인 이모 씨, 삼남개발 이모 전무에 대해 정강의 법인자금 1억 5800만 원 업무상 배임과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에 대해서는 농지법 위반 및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보도 있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특수본은 우 전 수석 전담팀을 편성, 참고인 등 60여 명을 조사하고 청와대도 다시 압수수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이 점에 대해서는 자부할 수 있다"며 "더이상 우 전 수석 관련해서는 오해나 곡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권이 교체된 후에 '검찰 개혁'의 명분을 스스로 얹어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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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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