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이게 정치 얘기라고? 이건 코미디입니다"

김제동, 북콘서트에서 '정치 풍자' 스탠딩 코미디

방송인 김제동 씨가 신작 <그럴 때 있으시죠?>(나무의마음 펴냄)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세월호 3주기를 꼭 하루 앞둔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김 씨는 세월호 당시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 그리고 탄핵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중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김제동이 이런 말 했다고 기사로 엄청 나오겠네요. 그런데 제발 기사 쓰실 분들은 전체 영상을 좀 보고 쓰세요. 그리고 이건 글로 보면 재미없어요."

<프레시안>은 김 씨의 지적에 공감하며, 되도록 그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우선 김 씨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 4월 16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와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대통령이 나섰다고 뭐가 바뀌었겠냐?'고 말합니다. 동의합니다. 그런데도 나섰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이라면, 사고가 난 상황을 본다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요?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그런 마음조차 갖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분명히 우리 헌법 30조에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유병언의 범죄로 당한 것이면 국가가 구해내거나 그런 마음이라도 가졌어야죠. 그런데도 끝까지 책임이 없다고 하면 참.

조선시대 왕들은 가뭄이 들면 반성의 의미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산발을 하고 엎드려 있었어요, 그런다고 비가 올까요?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걸 보고 백성들이 위로를 받는 겁니다. 그런 거 하라고 평소에 기름진 음식 주는 것 아닌가요? 1호기 비행기도 태워주고, 신호등도 잡아주고 말이죠.

세월호 사고가 있던 날, 꼭 누구를 불러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요? 평소에 어떤 머리를 하든 그거 가지고 우리가 상관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날은 그냥 머리 손질 안 해도 좋으니까 (대책본부에 빨리)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국민들의 분노는) 그런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 <그럴 때 있으시죠?> 발간 기념 북 콘서트 진행 중인 방송인 김제동 ⓒ나무의마음

그러면서 김 씨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동화 속 백설공주가 했던 행동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일곱 난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요. 이 사람들 얼마나 착합니까? 백설공주가 들어오니까 자기들 침대 다 붙여서 백설공주한테 잠자리도 마련해주고, 일도 열심히 하죠. 그런데 백설공주가 일하는 것 봤습니까? 맨날 보면 다람쥐들이랑 놀고 바닥에 뭐 그리고 있기나 하고. 백설공주는 저도에서 살았나 봐요. 땅바닥에 뭐 그리고 있고. 아프면 누워 있고."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김 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난장이들이 낯선 사람들한테 문 열어주지 말라고 백설공주에게 신신당부합니다. 그런데 계속 열어줘요. 일곱 난장이들 돈으로 계속 뭘 사고. 사과 사 먹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먹어서 목에 걸리고.

그래서 유리관 속에 들어가죠. 그런데 살아나서는 생판 처음 보는 인간이 몰고 온 말 뒤에 타서 떠나버립니다. 이 일곱 난장이들의 마음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그중에 최소한 과반은 백설공주를 좋아했을 텐데 말이죠. 물론 그중에 3명 정도는 싫어했을 겁니다. 우리가 번 돈으로 저러고 있다고. 그중에 한 명은 공주님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겠죠. 여기서 나쁜 건 누굽니까? 백설공주죠.

우리나라의 여성상은 원래 강인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슈퍼우먼'은 아니지만요. 보통 사회 체제에 싸워 온 인물들이 많죠. 그런데 서양 동화를 가만히 보면, 여성 주인공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하는 게 거의 없어요. 백설공주는 진짜 머리 올린 거 빼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박 전 대통령이 최근에 본인이 수감 중인 서울 구치소 독방에 도배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김 씨는 일침을 날렸습니다.

"백설공주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단 한 개도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지금도 자꾸 자기가 있어야 할 방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서 '저기 더러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양심이 있어야죠."

김 씨는 지난해 10월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에 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화를 더 돋웠다고 말했습니다.

▲ 방송인 김제동 씨 ⓒ나무의마음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아닌) 개인으로 봤을 때는 '안됐다'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 꼭 (박 전 대통령이) 담화문을 내서 마음의 물을 확 지르더라구요. 이건 뭐 담화문이 아니라, '방화문' 아닙니까? 그러니까 국민들은 또 화가 나고요.

진짜 여러분들이 큰일 하신 겁니다. 촛농으로 여러 일을 하셨어요. (정치권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하니 마니 하고 있을 때 230만 명의 여러분들이 초를 들고 요구하셨잖아요?

게다가 보일러 때문에 이사 날짜도 미뤄주지 않았습니까? 그냥 월세나 전세 살고 있는 사람이 이사갈 집 보일러가 아직 안 됐으니 이사 못 간다고 하면 집주인이 받아줍니까? 그런데도 여러분들이 참아 주셨잖아요.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것이 아닙니다.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이 벌을 받은 거죠.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이야기를 지금 해도 될까요? 전두환 씨 보세요. 29만 원 가지고 있으면서 책도 내고 있잖아요? 밥도 먹고 골프도 치고. 창조경제는 전두환 씨가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 씨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그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세월호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함께 애도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이날 북콘서트의 주제에 맞게, 세월호 사고를 앞으로도 함께 기억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직 9명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4명의 아이들과 아빠와 아들이 있고, 선생님 두 분이 있고, 제주도로 가던 어머님 한 분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다 있습니다.

(지금) 팽목항이나 목포까지 가시지 못했다면서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실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으로 충분합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기도해주는, 그런 공감의 힘과 마음들이 아이들을, 그리고 우리들을 다시 살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광화문에서 집회도 있는데, 아이들을 그리고 희생된 어른들을 함께 기억하는데, 여러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셨으니까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웃으면서 갑시다. 그래야 오래 갑니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국가) 시스템에 꼭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게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제가 정치 이야기 하나요? 아니에요. 이게 코미디에요"

김 씨는 이날 북콘서트에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속 시원한 풍자를 선보여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 13일 방영된 대선 후보 TV 토론과 후보들의 공약 및 언행에 대해 재치있게 비꼬았습니다.

"토론한 거 보니까 꼭 '봉숭아학당' 같더라구요. 5명 중에 맹구가 있는데 '저요, 저요!'라면서 자기를 어필하지만 말을 안 시켜요. 그 맹구가 누군지는 여러분이 생각해보세요.

또 어떤 분은 계속 웃기만 해요. 자기가 지금 1등이라는 거죠. 이것도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또 어떤 분은 '국민을 모독하는 겁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럽니다. 그러면 저쪽에서 '종북 좌파입니다'라고 하는 친구가 있구요. 저쪽에서 교수님 또 한 분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토론회에서 앵커, 그러니까 선생님이 제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정책 토론해달라고 후보들한테 이야기하고, 토론의 규칙을 지키는 것도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자질이라고 하구요. 그랬더니 맹구가 '이 이야기도 정책 이야기입니다'라고 하구요.

아이고 참, 토론 보면서 너무 웃겨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풍자가 이뤄져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정치인들은 오히려 풍자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 <그럴 때 있으시죠?>(김제동 지음, 나무의마음 펴냄) ⓒ나무의마음
그러면서 김 씨는 대선 후보들이 현실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만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사람들의 월급은 통장에 '스치우지' 않습니까? '월말에도 내 통장에 월급이 스치운다'고 볼 수 있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토론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 아들, 내 딸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술 취한 사람들이 행패부리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보호 장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 어디서 일을 하든 최저임금 1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 이런 걸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토론 보는 맛이 나죠. 계속 4차 산업혁명만 이야기해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이 대체 무엇일까요? 그분이 직접 이야기하셨어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그래놓고 뭘 자꾸 예측합니까?

가고 싶은 사람들 많은데 단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하자고 하고. 주중에 많이 활용하지 않는 종교시설 이용해서 공간을 만들고 선생님들은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해서 병설 유치원 만들자고 시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말하고.

TV 토론을 하는데 의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싸울 일입니까? 힘들다구요? 앉고 싶으면 그냥 바닥에 앉으면 되잖아요."

김 씨는 각 선거 캠프의 '네거티브 캠페인'과 여기에 주목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대통령 후보의 딸 재산이 뭐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부정으로 축재했다면 뺏으면 되구요. 대통령 후보 아들 채용에 문제가 있으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대통령 후보 아내가 보좌관에게 일을 시키면 법으로 응분의 대가를 물으면 됩니다."

그는 본인의 풍자가 정치 혐오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사실 5명 중에 누구를 뽑으시더라고 사는 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정치인들의 몸에 문신이라도 박아 놓아야 누가 주인인지는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투표는 후보자의 등 뒤에 찍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널 찍었으니 나중에 기억해라'라는 것이죠. 투표를 한다고 뭐가 될까 싶지만, 우리 말을 잘 들을 사람으로 뽑아야 합니다. 워낙 다들 백설공주라서요."

마지막으로 관객과 소통 시간에서 김 씨는 한 관객이 "다 접으시고 방송이랑 개그만 하시면 안 돼요?"라고 쓴 문구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제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게 뭔데요?"라고 되물으며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지금 한 이야기가 정치 이기인가요? 아닙니다. 코미디입니다. 이게 요즘 제일 재밌거든요. 최순실도 진짜 웃긴 이야기를 하긴 했어요. 특검 출석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쳤잖아요. 코미디언들에게는 요즘이 너무 좋은 시대에요. 가만히 있으면 다 소재가 되니까요."

▲ 방송인 김제동 씨 ⓒ나무의마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