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의 사드 합의 승계론이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에 그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의 사드 합의 승계론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만 아니라 안보 현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국제법에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 규칙을 창설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수단이 국가 사이의 합의이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은 서면 형식으로 체결된 국가간 합의는 당사국을 구속하며 당사국이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2조, 26조)
결국 안 후보의 사드 합의 승계론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사드 배치 합의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한미 사이에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사드 배치 합의가 있는가?
없다. 그 근거는 국방부 장관의 2016년 4월 30일의 공문서이다. 사드 배치를 주제로 한국과 미국이 서명한 유일한 문서는 지난 2016년 3월 5일, 국방정책실장과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서명한, 공동실무단의 권한 범위에 관한 약정(Terms of Reference)이다. 그리고 국방부 장관은 이 약정이 조약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장관의 답변을 그대로 인용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관련 공동 실무단 구성 관련약정’은 명칭에서 보듯이 국방부 훈령 '조약 및 기관 간 약정의 체결과 관리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라 체결한 기관 간 약정입니다."
장관이 말하는 "기관 간 약정"이란 무엇일까? 그 답은 장관의 위 훈령에 나와 있다. 훈령 제3조 제2호는 다음과 같이 기관 간 약정이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다고 이렇게 정의했다.
2. "기관간 약정"이라 함은 (…) 군사당국간의 합의 대상으로 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관하여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권리·의무 관계를 설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군사당국과 외국 군사당국간의 문서 형식에 의한 상호 합의를 말하며,….
즉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에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사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철수이든, 문재인이든 새로운 대통령이 법적으로 구속되어야 할 사드 합의는 없다. 그러므로 안 후보가 마치 새로운 대통령이 의무적으로 넘겨받아야 할 사드 합의가 있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주한 미군은 무엇을 근거로 사드 장비를 반입했는가? 미군은 1954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육해공군 배치권을 근거로 주장한다. 즉 미국은 별도로 한국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드를 배치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권한은 소파 협정 제2조에 따라 사드 배치 부지를 미국에게 제공하기 위한 협의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이 입장에 의하면 처음부터 사드 배치 문제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미국의 태도일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국방부 장관의 매우 일관된 공식 입장이었다. 그 중의 하나를 그대로 인용한다.
"韓美(한미) 간에는 이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어 있고 사드 배치는 이를 근거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별도의 조약을 체결할 필요성은 없으며, 사드 배치 결정 그 자체도 조약에 해당되지 않음"(국방부 장관의 2016년 8월 4일자 정보비공개통지서)
이와 같이 박근혜 정부 국방부는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이 한국과의 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의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더라도 안 후보의 사드 합의 승계론은 무의미한 혼자 놀이이다. 합의가 필요없는 일이라는데, 합의를 승계하겠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통령 선거 운동이 이렇게 된 데에는 민주당의 잘못도 크다. 적극적으로 사드 해결 대안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사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무력 공격'(armed attack) 조항에서, 주한미군이 배치할 수 있는 사드는 북한 미사일만 탐지 가능한 범위 내의 레이다이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가 처해 있는 현실이 냉엄하면 냉엄할수록 이 현실을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안 후보의 사드 합의 승계론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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