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가 대선 후보다' 왜 말을 못해!

[기자의 눈] 선거 중립 지켜야 하는 대선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말을 못하고 있다. 이유가 처량하다. 현직 경남도지사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을 하려면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주요 정당 후보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관위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도지사는 공무원이다.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경찰과 검찰이 신속, 공정하게 단속, 수사를 하게 돼 있다.

예비후보자도 못 된 홍 지사는 선거사무소도 설치할 수 없고 간판이나 현수막도 달 수 없다. 명함도 못 뿌린다.

공공장소에서 '나를 지지해달라'는 말도 못한다. 전화를 해서 지지해 달라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선거 공약도 공개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치명적이다.

다른 후보들은 자신을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으나, 홍 지사는 '선거 중립'을 지키느라 자신의 '비전'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후보다.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도 고약하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정당이고, 이런 정책을 펴고 있다'는 말도 못한다. 자유한국당이 개최하는 일반인 대상 강연회, 정견 발표회 등 일체의 정치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당원들 대상의 당 자체 행사만 참여할 수 있다. 대선에 나가는 후보가 일반인 대상의 정견 발표회도 못 여는 셈이다. 본인 지지율 조사도 본인이 못한다.

지난 3일 홍 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이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지역구의 4.12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상황에서 그를 지원하는 차원으로 만난 것이다.

그러나 현직 도지사인 홍 지사는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지역구 내 빵집에 앉아 김 전 의원과 약 15분간 차를 마셨다.

홍 지사는 이 과정에서 주변인들에게 "그럼 '열심히 선거운동하세요' 이 말도 안 되느냐"라고 묻는 등 입조심을 했다고 한다.

이 답답한 과정을 이겨내게 하는 동력이 있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념 하나다. 오는 9일 밤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자정을 넘겨 사퇴서를 선관위에 전달한다는 게 '법 기술자' 홍 지사의 작전이다. 그러면 5월 9일 보궐선거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속내는 자유한국당이 차지한 도지사 자리를 다른 당에 넘겨주기 싫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당'이 선거에 이길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공당의 대선 주자로써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이다. 도지사직 사퇴 시점을 하루라도 늦추려는 후보가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경우다.

선관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 9일 하루 홍 지사를 밀착 마크해 사퇴서를 즉시 제출받고 보궐선거를 확정해 경남도민의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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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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