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조사위 뒤로 빠진 해수부, 가족들은 어리둥절

[현장]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간 마찰, 왜?

"세월호, 이제야 끌어올린다는 게 말이 안 되어부라야. 그동안 뭘 하다 이제사 올린다는지...."

택시 운전사 박인수(가명 67)는 진도터미널에서 '팽목항으로 가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경쾌하게 기어를 바꾸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넌지시 기자인지를 물었다. 오늘만도 세 차례 팽목항에 다녀왔단다.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종일 팽목항만 오가기를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를 인양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또다시 팽목항으로 출근한다는 그다.

진도 터미널에서 팽목항까지는 택시로 20여 분. 택시 기사는 시종 세월호가 빨리 인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참사 이후 진도 경제도 무척 안 좋아졌단다. 덩달아 자기네 택시업도 쉽지 않아졌다는 것.

"진도는 사실 조도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이 와부러야. 조도가 정말 경치가 끝내줘부러. 그런데 그 조도 가는 배가 팽목항에서 출발혀야. 그럼 어떻겠소? 짐 팽목항 가면 누가 여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냔 말이요? 나도 그곳만 가면 가슴이 아픈데... 그런 곳을 들러서 여행을 가야 하니 누가 조도를 가려 한당께."

실제 진도는 세월호 참사 전해인 2013년까지만 해도 주요 관광지에 연 37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남도 최대 관광명소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 한 해 관광객은 23만 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14만 명이 줄었다. 덩달아 세월호 참사 이전 성업을 이루던 식당·음식점 400여 곳 중 60여 곳이 폐업했다. 택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경제침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박 씨는 "이렇게 금방 인양되는 걸로 3년 가까이 끌어오니 애꿎은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3년 전 해결돼야 할 일이 지금 진행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간 마찰, 왜?

진도 주민도 주민이지만 누구보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인양으로 마음앓이를 한 사람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그나마 뒤늦은 인양 소식에 한숨은 돌렸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9명의 미수습자를 찾아내는 게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29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찾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4월 5일까지 수습방안 마련 △방식 결정 때 가족과 사전합의 △목포신항 육상 거치 완료 시 모든 방법 동원 즉각 수습 돌입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사위는 이를 거부했다. 선체조사위의 설립근거 법률상 '권한이 없다'는 이유다.

선체조사위는 이 내용이 국회에서 만든 권한을 벗어났다면서 △수습방식에 관해 4월 5일까지 '협의' △목포신항 육상거치 완료 시 수습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점검' 등으로 수정을 요구했으나 가족들이 이를 거부했다.

선체조사법을 보면 선체조사위 업무는 △인양돼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조사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점검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 △조사가 끝난 세월호 선체 처리(보존 검토를 포함)에 관한 의견표명 △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칙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조사와 관련해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항으로 규정돼있다.

선체 조사는 선체조사위원회가 직접 할 수 있으나 인양 과정과 미수습자 수습 및 유류품 수습 과정은 직접적인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지도·점검', 즉 감시하는 수준에 머문다. 한마디로 해양수산부가 주도권을 쥐고 선체조사위는 감시만 할 수 있다는 것.

실제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작업 관련, 자신들이 1차 집행기관이라고 밝혔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30일 오전 브리핑에서 "(수습방안을 누가) 책임질 지 해석하는 것은 행정부 입장에서 조심스럽다"면서도 "우리가 1차 집행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체조사위 권한을 두고 "해수부가 수습을 담당하고 선체조사위는 그 과정을 점검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9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 가족회의소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들이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합의문을 작성하던 중 가족들이 선체조사위의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수습자 수색 관련, 뒤로 빠진 해수부

결국, 해수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해수부는 대략적인 마스터플랜도 세운 상황이다. 해수부는 4월 5일쯤 목포신항에 선체 거치작업이 완료되면 선체 세척 및 방역, 안전도 및 작업환경 조사 등 수색 준비작업에 돌입한다.

이후 국민안전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해수부 등으로 전담 수습팀을 구성, 미수습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역을 수색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세월호 선체 객실 부분만 분리, 직립한 뒤 수색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수부는 미수습 가족들에게 구체적인 수색 계획을 알려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 테이블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수습 가족들이 선체조사위에 수습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정작 결정권이 있는 해수부가 뒤로 빠지면서 권한도 없는 선체조사위가 미수습자 가족들과 대립하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선체조사위는 일단 4월 5일까지 미수습자 가족과 수습방식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가족 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목표신항으로 출발하려던 세월호는 29일 높은 파도도 인양 작업이 중단됐으나 30일 오전 9시께 다시 작업을 진행, 이르면 30일 자정께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가 미수습자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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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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