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희정 선의에는 분노가 빠져있다"

안희정 '박근혜 선의' 발언에 대선 주자들 일제히 비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에 대해 20일 "안희정 지사가 선의로 한 말이라고 믿는다. 다만 안 지사 말에 분노가 담겨 있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제로 한 '주간 문재인 6탄'을 촬영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희정 지사의 해명을 믿는다"면서도 "다만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이 추운 겨울날 촛불을 들고 고생하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말로 깊은 분노와 절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연이어서 국가 권력을 사유물처럼 여기고 부정부패로 탐욕을 채웠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정당한 분노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서울방송(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나와 안희정 지사를 향해 "어차피 우리는 한 식구들"이라면서도 "다만 최종적으로는 우리 민의, 선을 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우리가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데 청산해야 할 상대, 책임져야 할 상대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새로운 변화가 사실은 절반의 성공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좀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과 '선의' 발언을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로 읽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서울 중랑구에서 '청년 일자리 고충'을 듣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안희정 지사 발언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다. 결과를 제대로 만들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는데, 그 결과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더구나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안희정 지사는 전날인 19일 부산대학교에서 연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K스포츠, 미르 재단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인 대기업의 많은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 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정농단'을 옹호했다는 논란이 일자, 안희정 지사는 '선한 의지' 발언은 반어법과 비유였고 실제로 현장에서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고 해명했다. 안희정 지사는 "그들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선의라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공보단장은 20일 <프레시안>과 한 전화 통화에서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모금은 불순한 기획에서 비롯됐는데, 거기에도 선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도를 넘어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안희정이 선한 의지로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대연정 전과 때문에 세상은 선한 의지로 안보는 것 같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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