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헌재…박근혜측 삿대질에 고성 반발

"박근혜 최종변론 나올지 22일까지 밝혀달라"

헌법재판소가 3월 초 탄핵결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증인을 채택하지 않을 뿐더러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증인 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또한 '고영태 녹음파일'도 심판정에서 재생할 필요가 없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대통령 대리인 측 '지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탄핵 심판 사건을 내달 13일 이전에 결론내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20일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 측이 증인으로 재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에 대한 증인채택도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 권한대행은 "최상목의 경우, 신문하려는 내용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재단 설립의 목적과 설립 과정에 관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안종범, 방기선 등이 심판정과 수사기관 진술 등을 통해 상세히 진술했고 관련 기업에 사실조회를 회신 받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공무원이 자세히 진술한 게 있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이런 상황에서 굳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증인을 재소환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연합뉴스

헌재, 고영태 증인 불채택, 불출석 증인도 채택 철회

이날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관련해서도 이 권한대행은 "지난 7일 불출석했고 오늘도 불출석했다"며 "(김 전 비서실장 관련 대통령 대리인 측은) 이번에 불출석하면 증인채택을 철회한다고 약속했다. 철회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건가"라고 대리인 측에 증인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24일에는 출석이 가능하리라 본다"며 증인 채택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권한대행은 "안종범의 경우도 증인 출석이 가능하다고 해서 기일을 잡았는데 출석하지 않았고, 김기춘은 두 번이나 출석하지 않았다"면서 "더구나 김기춘은 이 사건의 핵심 증인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번에 약속을 하고서 그렇게 하면(지키지 않는 것은) 방청석에서도 보기 그럴듯하다"며 김기춘 전 실장의 증인채택을 직권으로 철회했다.

대통령 대리인 측이 증인으로 재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관련해서도 이 권한대행은 "3회나 증인 신문기일을 정해 소환장을 송달했고, 소재탐지도 요청했다. 그리고 이미 증인 채택을 취소한 바 있다"며 "이미 한 번 채택 결정을 취소한 증인을 다시 소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결정했다.

'고영태 녹음파일'을 심판정에서 공개하는 것도 헌법재판소는 거부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 대리인 측은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며 녹취파일을 심판정에서 틀어줄 것을 요구했다"며 "재판관들은 이미 (녹취록을) 충분히 보았고, 일부 (녹음파일은) 들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재판관은 "지금 이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관계"라며 "하지만 녹음파일은 최순실과 직접 관련된 게 아니라 최순실과 연결되는 고영태, 그리고 고영태와 또다시 연결되는 이들의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고영태 녹음파일' 관련 녹취록은 증거로 채택하나 녹음파일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녹음파일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기에 자연히 심판정에서 틀수 없게 됐다.

헌재, 대통령 측 지연전략 사전 차단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대리인 측이 3월 2,3일로 최종변론 기일을 미뤄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우선 최종 변론 기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출석하는 경우, 재판관과 소추위원들이 신문할 수 있느냐는 대통령 대리인 측 질문 관련해서 "헌재법 제49조를 보면 소추위원과 재판관은 변론에서 신문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이는 최종변론 기일이라고 해서 배제되는 게 아니다. 출석하면 소추위원과 재판관이 신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은 "만약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재판부나 소추위원이 질문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게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을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출석여부 관련해서 "국회 탄핵소추 위원 측이 지난 8일자로 대통령이 변론기일에 출석하는지를 대통령 대리인 측에 밝혀달라고 했는데 아직 답변을 안 했다"며 "다음 변론 기일(22일) 전까지는 답변을 줘야 할 듯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최종 변론기일 이후로 출석날짜를 잡는 '지연전략'도 사전에 차단했다. 이 권한대행은 "만약 출석한다면 재판부가 정한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도 알아두라"며 "변론 기일 이후 출석한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유를 두고 이 권한대행은 "이전에도 출석할 기일이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출석할 기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권한대행은 "최종변론 기일을 대통령 측에서 3월 2, 3일로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재판부에서 논의하겠다"면서 단서 조항으로 "대통령의 출석여부와 증인으로 채택된(22일) 최순실 출석여부 등을 본 뒤 다음 기일에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 재판부 향해 삿대질에 고성까지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단호한 태도에 대통령 대리인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대통령 대리인 측은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을 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모든 심리를 마친 뒤, 이 권한대행은 변론기일을 끝내려 하자, 대통령 대리인 측 김평우 변호사는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 권한대행이 "어떤 내용인가"라고 물었지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제가 당뇨가 있어 어지럼증이 있으니 음식을 먹을 시간을 달라"며 "그 뒤 질문을 하겠다"고 황당한 요구를 했다.

이에 이 권한대행은 "그러면 다음 번에 하는 걸로 하겠다"고 변론절차를 마치려고 하자 김 변호사는 "아니다. 저는 준비를 해왔으니까 오늘 꼭 해야겠다"면서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부터 변론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변론을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안 했다.

막무가내로 변론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이 권한대행은 "재판은 재판부가 진행한다"며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번에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12시에 변론 끝내야한다는 법칙이 있느냐"며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고 재판부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기일이 끝난 뒤 열린 브리핑에서 "(재판의 공정성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변론을 하겠다는 데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변론 취지를 말하라는데 그러지 않고 무조건 변론하겠다며 시간을 달라는 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중환 변호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출석여부를 두고 "상의할 생각"이라면서도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신문받는 게 국가 품격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신문을 받을 경우, 출석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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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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