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행 "朴 신청 증인, 정말 지엽적인 증인"

헌재, 24일 최종 변론 결정...3월 10일 전후 탄핵 결정될 듯

헌법재판소에서 2월 24일을 최종변론기일로 잡았다. 통상 최종변론 이후 재판관 논의 및 결론 도출이 약 2주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할 경우, 탄핵소추 결론은 3월 10일 전후에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최종변론기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대통령 대리인 측이 최종변론기일 연기 신청을 할 경우 등 대통령 측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16일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재판부는 다음 주(22일) 증인 신문 절차를 마친 뒤, 24일에 변론을 종결하고자 한다"며 "양 측은 23일까지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하고 24일 변론기일에는 최종변론을 준비 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9일 헌재는 양 측에 23일까지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자 대통령 대리인 측이 강력 반발했다. 대리인 측 이동흡 변호사는 "시간 여유를 달라"며 "(최종변론을) 그렇게 바로 한다는 건 일반 재판에서도 하지 않는 일이다. 최소 5일~7일의 시간을 준다"고 시간을 더 줄 것을 요구했다.

서석구 변호사도 "우리도 신속한 재판에는 협조하지만 최종변론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며칠이라도 시간을 더 줘야 최종 변론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시간을 끌려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 권한대행은 "이미 지난 9일 재판부는 양 측에 자신들의 주장을 정리한 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며 "또한 특별히 새롭게 툭 튀어나올(내용이) 게 없다. 그래서 우리가 봤을 때는 (최종변론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리한 서면이 사실상 최종변론 서면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부는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최종변론 관련 시간이 더 필요한 이유를 서면으로 제출하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이정미 권한대행. ⓒ연합뉴스

헌재, 직권으로 불출석 증인 3명 모두 철회

증인 채택 철회를 두고도 대통령 대리인 측의 반발은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세 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모두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이는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까지 총 4명이다. 그러나 정 전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증인출석요구서를 받지 않고, 경찰의 소재탐지마저 실패해 이날 변론에 불출석했다.

이날 증인 채택 철회 여부를 묻는 이정미 권한대행의 질문에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검찰 수사기록 5만 페이지 분량 내용을 심리하면서 관련 증인이 계속 불출석하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가 이 사건 심판 기일을 아예 정해놓고 진행하기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일단 출석을 안 하면 다시 출석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런 절차적 문제가 생기기에 헌재가 (선고 날짜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려줬으면 한다"고 증인 채택을 유지했다.

그러자 이정미 권한대행은 "(선고 날짜 관련) 재판부에서 공식 입장을 언급한 바 없다"며 "(날짜 언급은) 박한철 전 소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박 전 소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인 3월 13일 전에는 탄핵소추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미 "증인들 탄핵소추와 직접 관련 없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은 증인 채택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김영수의 경우 KT 인사와 광고 수주에 개입했다는 것인데 그 부분은 KT 직접 당사자가 검찰에서 진술한 부분, 차은택이 헌재 법정에 출석한 진술한 부분이 있다"며 "그리고 이 법정에서 (김영수는) 매우 간접적인 증인이라 보여진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이성한의 경우도 미르재단 운영 관련해서는 여러 관계자들이 증언했고, 사실조회 결과, 서증 등이 있다"며 "또한 고영태가 최순실에 금품을 요구했다는 내용 관련해서는 탄핵소추 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철회했다.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관련해서도 이 권한대행은 "고영태와 최순실, 그리고 최순실이 말한 '걔네들'에 대한 관계를 입증하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제출한 녹취록, 수사기관 녹취파일 등으로 어느 정도 파악될 수 있다"며 역시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은 "이들 증인은 탄핵사유의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증인이라 보기 어렵다"며 '매우 희박한 간접적인 증인"이라고 규정했다. 이 권한대행은 "소환장을 송달 받고 안 나오면 구인을 하기라도 하겠지만 이마저도 안 되는 상황에서 증인 채택을 유지할 수 없다"며 "직권으로 증거 채택 결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동흡 변호사가 나섰다. 이 변호사는 "세 사람은 핵심 증인이 아니기에 취소한다고 했는데,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 증인은 고영태"라며 "고영태를 신문하지 않고 탄핵심판을 종결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그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의견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권한대행은 "고영태의 경우 세 차례 심리 기일을 잡았으나 출석하지 않았다"면서도 "증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입증 취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 이동흡 변호사. ⓒ연합뉴스

대통령 대리인 측, "대통령 출석 여부 논의하겠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사실상 더는 대통령 대리인 측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이날 작정한 듯 재판의 신속함을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 사건 심판으로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고 그에 따른 국정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1년이고 2년이고 양측이 원하는 대로 재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신청한 증인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은 정말 간접적이고 지엽적인 증인"이라며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정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굳이 그런 증인까지 증언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부분은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측은 이러한 헌재의 대응에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권선동 국회 탄핵소추 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도 대통령 대리인 측 증인이 대거 불참해서 탄핵심판 절차가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오늘 재판부가 24일을 최종 변론기일로 하겠다는 의사표현은 이 재판이 종착지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24일 최종변론기일 관련 "헌재가 시간에 쫓겨 성급하게 종결을 하려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아주 특별한 사안으로 짧은 시간에 심리 결론을 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 여부 관련해서 "최종변론 기일이 나왔으니 이제부터 논의해야 할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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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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