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바른당, 김정남 피살 타고 '문재인 안보관' 공격

사드·북한 인권 줄줄이 꺼내들며 '종북몰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갈라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안보 공세' 수위를 높이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야권을 향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입장을 밝히라고 틈만 나면 재촉함과 동시에, 북한인권재단 구성 지연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물으며 "대북 굴종적 작태"라는 종북몰이식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율에 오랜 시간 고전해 온 두 보수 정당이 '가뭄에 단비'처럼 김정남 피살 사건을 대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안보 상황이 위중한 이때 국민들이 왜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을 이토록 우려하는 것인지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필두로 하여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심사숙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전 대표는 어제도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겨 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본인이 사드 문제에 대해 이처럼 사실상 반대 입장을 유지할수록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과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을 방기"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법을 무력화하는 것은 반인권적, 대불 굴종적 작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김정남 피살 사건을 사드와 북한인권재단 구성 문제로 연결시키는 발언은 '합리적 개혁 보수'를 자처한 바른정당에서도 나왔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가 정말 대통령이 돼 사드 배치를 거부하고 북한으로 달려가 김정은을 만난다면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두렵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문 전 대표는 지금이라도 북한 인권법,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반 여부) 김정일 결재 의혹,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북한을 먼저 방문한다는 데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는 "유엔 결의를 무시한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 평화를 훼손한 죄, 북한 동포의 인권을 말살한 죄, 고모부 총살과 이복형 암살 등 극악무도한 숙청 정치로 권력을 유지한 죄로 당장에라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선 행보 중인 유승민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우리 군은 우리의 국방 예산으로 사드 포대를 최소한 2개 내지 3개를 도입해서 대한민국 영토 전역이 방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킬체인과 KAMD를 배치하려면 2020년대 중반까지 17조 원이 드는 반면, 사드 포대 3개를 도입하는 데는 4조5000억~5조 원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한편, 이처럼 안보 공세에 여념이 없는 자유한국당은 2월 임시국회 핵심 일정인 각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 및 업무 보고는 전면 '보이콧'해 특검법 개정안 등과 같은 법안 심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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