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재판관의 일갈 "기록에 있는데 왜 신문하나"

헌재, 대통령 측 신청 증인 모두 불채택, 불출석 증인도 채택 철회

헌법재판소가 3월 초 탄핵소추 결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측 대리인이 추가로 요청한 증인을 모두 채택하지 않았을뿐더러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증인은 모두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헌재는 앞으로 16일, 20일, 22일 세 차례의 증인 신문만을 남겨 놓고 있다.

14일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 측이 전날 밤 증인으로 신청한 이진동 <TV조선> 기자와,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좌관을 두고 "직접 탄핵소추 관련자가 아니기에 불채택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이진동 기자 관련해서 "(대통령 대리인은 입증취지에서) 여러 재단 관계 등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재단 관계에 대해서는 직접 관계자들이 나와 증언했고 이미 많은 부분의 증거가 있다"며 "더구나 이진동은 재단과 직접 관련된 자도 아니다"라고 불채택 근거를 설명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한 최철의 경우, 고영태와 최순실이 이 사람을 통해 여러 건의 문건이 유출됐다고 하나 최철로부터 유출된 자료는 탄핵사유와 관련된 자료가 아니다"라며 증인으로 불채택한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권한대행, 신청 증인 모두 불채택
이 권한대행은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김홍탁 전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관련해서도 추후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김홍탁의 경우 15일 형사재판이 있고 탄핵심판 관련, 자기 형사재판에 제출한 변호인 진술서 내용 말고는 알지 못한다고 밝혀왔다"며 "이에 재판부는 나오더라도 증언하기 어려우리라 판단해서 김홍탁의 변호인 의견서로 대체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불출석 증인인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관련해서도 "김형수는 재직 기간이 짧아서 관련 내용을 모른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김형수는 핵심 증인이라 보기 어렵기에 재소환하지 않고 증인 채택은 취소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권한대행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추가 소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인 신문 지켜본 강일원 재판관 "이걸 왜 확인하나"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측 대리인이 추가로 요청한 증인을 모두 채택하지 않고,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증인 모두를 채택 철회한 배경은 신속한 재판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신청한 증인 상당수를 받아들였으나 정작 신문에서는 검찰조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신문을 하는 게 문제다. 대통령 대리인 측의 재판 지연에 더는 휘둘릴 수 없다는 의지 표명으로 분석된다.

이날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 대리인 측의 증인 신문이 끝난 직후 "지금까지의 증인 신문사항은 기록에 다 있다"며 "이걸 왜 확인하는지 주심인 내가 이해를 못한다. 입증취지를 말해 달라"고 대통령 대리인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기우 GKL 대표에게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어떤 청탁을 받았는지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통령 대리인 측은 "기록이 많지 않다"며 "GKL에서 장애인팀을 창단한 내용, 고영태 이야기 등은 전혀 나온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강 재판관은 "이미 기록에 고영태가 거만하게 했다는 건 다 나와 있다"며 "국회 탄핵소추 위원 측이 제출한 기록에도 이러한 내용은 들어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발 빠른 헌재 발목 잡는 대통령 대리인

헌재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여전히 탄핵소추 결정까지 갈 길은 멀다. 대통령 대리인 측이 불필요한 추가 증인 신청을 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할 경우 등 다양한 재판지연 전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 측은 강일원 재판관이 굳이 "입증취지를 모르겠다"고 지적한 이기우 GKL 대표의 증인 신문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취지와 부합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기일 종료 후 브리핑에서 "이기우 대표의 증언은 우리 주장과 상당히 부합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어떤 의미와 부합하는지를 두고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우리가 신청한 증인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좀 더 보완해서 증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후 다시 증인을 신청할 것임을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헌재 출석에도 여지를 남겼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출석 여부 질문을 두고 "변론 최종기일이 결정돼야 (대통령과) 상의를 하는데, 그게 아직 결정이 안 돼 상의하지 않았다"며 출석 여부 관련해서 확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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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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