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석 교수가 풀어 놓은 '박정희 체제 이야기'

[프레시안 books]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프레시안>에 장기 연재 중인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시리즈의 단행본 7권과 8권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김덕련 전 기자가 한국 현대사 연구 권위자 서중석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를 인터뷰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대상의 의미를 짚어간다. 현재 <프레시안> 연재는 이야기의 15번째 주제인 1987년 6월 항쟁까지 넘어왔다.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바로 보기)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서중석·김덕련 지음, 오월의봄 펴냄) 7권과 8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를 다룬다.

7권은 박정희 시대 반일 투쟁을 촉발할 정도로 졸속 논란을 야기한 한일회담과 한일협정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일본 우익의 관계를 독자에게 알린다.

박정희 정권의 한일협정은 한편에서는 한국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의 엉망이 된 한일 관계의 단초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는 한일회담 당시 왜 국내에서 강력한 반대 집회가 일어났는지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해, 한일협정으로 이어지기까지 역사적 이면을 짚는다. 일본 극우 세력이 박 전 대통령을 반겼고, 박 전 대통령은 극우 세력을 깍듯이 모셨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당시 일본 극우 세력의 망언을 빠짐없이 수록했다.

특히 서중석 교수는 한일회담 반대 투쟁이 유신 체제로 이어졌다는 해석을 이 책에서 내놓는다. 박정희 정권이 반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실시한 6.3 계엄이 장기 독재의 발판이었다는 이유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당시 독재 반대 투쟁의 선봉장들이 지금 들어와 어떤 인물이 되었는가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일례로 당시 한일회담 반대 학생운동진영의 대표격이었던 김중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의 개별 대목에서 현대와 과거를 끊임없이 연결한다.

강력한 국민적 반대에도 결국 강행 체결된 한일협정은 독도 분쟁의 씨앗이 되었고, 일본군 성 노예 할머니 문제를 지금껏 해결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3억 달러에 불과한 배상금은 피해자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못했다. 지금 한일관계 문제의 첫 단추가 이 때 잘못 꿰어졌다고 이 책은 단언한다.

8권은 박정희 정부 경제 성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 보수진영은 물론, 적잖은 진보진영 대권 후보도 박정희 정부의 공로로 인정하는 70년대 당시 경제성장에 관해 서중석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공로라는 주장은 신화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중화학 공업 정책은 나라 경제를 뿌리째 흔들었고, 참혹한 노동 조건과 살인적 물가로 인해 정부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해석한다.

대신 해방 후 무섭게 불붙은 교육열과 농지 개혁, 여성 노동자의 힘이 한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서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선거 때마다 번번이 고전했다는 점, 부마항쟁으로 대표되는 여러 시위가 일어난 배경에 박정희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가 자리한다고 강조한다. 정확히는 부패와 양극화 문제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국내적 요인이 우호적이었던 대외 여건과 만나 정치 상황과 별개로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고 서 교수는 강조한다.

이 책은 박정희 정부의 재벌 중심 정책과 과도한 해외 의존 정책 등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로 꼽히는 경제 구조의 모순을 주제별로 짚는다. 새마을운동 등 유신 체제의 대표적 공으로 오늘날 포장되는 박정희 정부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 나가며 박정희 신화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서중석 교수는 책 전반에 걸쳐 오늘날 경제대국 한국을 만든 주체는 독재자 박정희가 아니라, 이 시기 허리띠를 졸라맨 대다수 서민이었음을 강조한다. 이 시각 아래에서 그는 한국 경제 성장의 기본 요인을 되새기고, 당시 국내외적 여건을 해석한다. 이는 자칫 영웅주의에 빠지기 쉬운 오늘날 한국 정치 문화, 경제 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서중석·김덕련 지음, 오월의봄 펴냄) 7, 8권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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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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