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못 넘긴 반기문표 '개헌 협의체' 제안

손학규·김부겸도 "진정성 의심" 비판…문재인·안철수 무반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내놓은 '개헌 추진 협의체' 제안이 2시간여 만에 정치권 전체로부터 거부당하는 모양새다. 문재인·이재명·안철수·안희정 등 처음부터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대선 주자들은 반 전 총장의 제안에 아예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개헌을 강하게 주장해온 손학규·김부겸 측도 고개를 젓고 나섰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이날 오후 "대선 전 개헌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개헌 추진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국정 농단 세력인 새누리당을 제외하지 않는 것과, 국민 기본권 확대와 합의제 민주주의 실현을 포함한 넓은 개헌이 아닌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좁은 개헌에 머물고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손 의장은 "또한 제안 발표 과정에서 '광장의 민심이 초기 순수한 측면보다 변질된 측면도 있다'고 한 발언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개헌은 촛불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그동안 보여준 모호한 정체성만큼이나 개헌에 대한 진정성도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운찬 전 총리 측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동반성장 등 가치 지향이 맞으면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지만, 개헌을 매개로 한 '반문 연대'에 정 전 총리가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이 '개헌 추진 협의체'의 제안 대상으로 우선 고려했을 이른바 제3지대 인사들이 모두 부정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도 반 전 총장의 제안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당에서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7일에도 반 전 총장의 '대선 전 개헌' 주장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말씀"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개헌 이슈에 가장 적극적인 김부겸 의원도 "반 전 사무총장이 '개헌 협의체'와 '촛불 변질'을 동시에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촛불 민심을 완성하자는 것이 '개헌'의 방향이다. 개헌 논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반문(反문재인) 연대'와 같은 정략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개헌 협의체'는 옳지 않다"며 "별도의 개헌 협의체보다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안을 합의하고, 각 대선 주자들이 이를 '공약'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 전 총장의 주장과는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아예 반 전 총장의 제안에 대해 아무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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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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