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수사 방해 정황 "대응문건, 찢어진 조각 맞춰 촬영"

'기억 안 난다' 답변 종용..."청와대 올라갈까 봐 사실대로 말 못 했다"

청와대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둔 K스포츠재단 직원에게 '모범 답안', 즉 '대응 문건을 내려보내 연루자들의 입을 맞추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종의 증거 인멸 정황이 될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응 문건이라고 해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라며 '모르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 모범 답안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게 청와대로 올라가겠구나 싶어서 처음에 검찰에 사실대로 진술을 하지 못 했다"며 심리적 압박을 받았음을 호소했다.

'모범 답안'은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보좌관으로부터 받은 2장짜리 문건으로, 여기에는 '현재 상황 및 법적 검토'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상황'에는 '이성한 관련 문제 집중 질문, 직원 선발 경위 추천인 여부, 조직 체계 및 비용 지출 관련 문제, 정동구 이사장 사퇴 배경과 이유' 등이 적혀 있었다.

'법적 검토' 부분에는 '재단 재산의 불법적 유용이 없는 상황이므로 법적 문제 없음, 인선 문제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음, 다만 인선 문제에 대해 전경련과 진술이 다르면 법적인 책임보다 정치적 화살이 돼 여론 재판에 오를 수 있는 문제가 생겨 더 어려울 수 있음' 등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김 이사는 안 전 수석 보좌관으로부터 이같은 문건을 받은 뒤 찢어 버렸고, 노 전 부장은 찢어진 조각들을 모아 본인의 휴대폰으로 촬영해뒀다고 했다.

노 전 부장은 김 이사가 "나는 사실대로 얘기하고 싶은데 이 문건이 왔으니 어떻게 사실대로 얘기하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건이 우리에겐 압박이었다. 재단 전 직원이 사실대로 진술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노 전 부장이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최 씨와 통화한 내용 전체를 공개했다. 통화 내용 일부는 이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공개됐다.

최 씨는 통화 내내 "정 총장(정현식 사무총장)이 얘기하는 것을 왜 못 막았냐"고 타박하면서 "아휴 그럼 어떡해, 어쩜 좋아"라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큰일 났네.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태블릿PC)를 훔쳐서, 이렇게 몰고 가야 한다"며 조작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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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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