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표 나쁜 정책' 6개를 꼽습니다

[왜 촛불인가 ③] 국회가 적폐청산 관문 열어야

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지 열 두 번째다. 겨울바람을 맞고서도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고, 광장의 에너지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도록 만들었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에는 촛불이 소강상태로 가리라던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여전히 매주 전국의 광장에서는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고, 이들은 다양한 개혁과제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와 자조에서 시작했던 광장의 촛불이 이제는 헌재의 조기탄핵을 압박하면서도 새로운 민주공화국에 대한 의견들을 모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광장의 화두는 '조기탄핵'과 함께 '적폐청산'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란 뜻의 적폐(積弊)란 말이 국민들 입에 익숙해진 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쓰면서부터다.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대개조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적폐를 강화하였고,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파괴하였으며, 헌법이 금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출하여 신분질서를 강화하였다.

한 마디로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파괴하였다. 헬조선을 부르짖는 청년들, 부양의무제에 걸려서 자살하는 빈곤층 등으로 인해서 13년째 OECD 1위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덮칠지 모르는 불안한 나라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모진 모욕과 굴욕을 당하게 했다.

그런 중에 재벌들은 권력에 뇌물을 주고 청탁을 일삼았고, 그런 결과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옭죄는 '노동개혁'으로 현실화되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검찰과 국세청 등의 국가기관을 손아귀에 쥐고 정부 비판세력에 본때만 보여주려 했던 정권의 후과는 너무도 크고 심대하다. 하나하나 드러나는 비리와 부정부패의 구조 앞에 이제는 '경악'이라는 말로도 다 담아낼 수가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적폐청산은 광장 촛불의 요구

매주 주말 광장 촛불을 이끌고 있는'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그 안에 적폐청산특별위원회(적폐특위)를 두고 이런 시민들의 분출하는 개혁요구를 담아내려고 고심하고 있다. 적폐특위는 청산해야 할 적폐과제들을 제시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적폐의 대상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하나는 '박근혜 표 나쁜 정책'이고, 다음은 그 나쁜 정책을 시행하는데 나섰던 공범자들이고, 마지막은 그를 시행하는데 동원되거나 적극 나섰던 기관과 기구들의 개혁이다.

마지막의 기관이나 기구들에는 국정원, 검찰, 사법부 등의 국가기관을 비롯해 언론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런 적폐 대상들을 정리하여 단계적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의견을 물어서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마도 새해 첫 달은 이런 작업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적폐특위는 우선적으로 중단되거나 추진되어야 할 긴급현안과제로 6대 과제를 꼽아서 야당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당장 중단되지 않으면 새해에 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현안으로 국정역사교과서가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입으로 1년간 검정교과서와 혼용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국회는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법률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공기관에 법률도 무시하고 행정지침으로 강행하려는 성과연봉제(성과퇴출제)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성과주의를 도입하여 전체 노동시장을 더욱 질 나쁜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꼼수가 보인다. 그렇잖아도 나쁜 일자리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나쁜 일자리를 더욱 나쁘게 만들려는 성과연봉제는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왜 결의안도 내놓지 못하는 것인가.

세 번째 사안은 사드 배치다. 이대로 두면 성주의 롯데골프장 부지에 내년 상반기 중에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사드 배치에 대해 "철회 또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하자는 의견이 사드 배치 찬성 의견보다 두 배나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야당 스스로 박근혜 정부의 불통정책이라고 규정하고도 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다음으로는 국회가 시행을 약속했거나 해야만 하는 사안들이다. 그래서 네 번째 사안은 백남기 특검이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명백한 국가폭력과 국가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과 관련해서 고발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권력이 국민을 폭력으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국회가 머뭇거리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다섯 번째 현안은 방송관련법의 개정이다. 침묵하는 언론, 앵무새 언론은 지금의 사태를 만든 공범이다. 이제 내년 3월 이전에 이런 방송관련 법들이 개정되어서 정권이 장악하지 못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 살아날 수 있다. 여야가 방송법들의 개정을 1월 국회에서부터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특별법의 제·개정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세월호특조위를 강제 해산시킨 지 벌써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한 발도 앞으로 못나가고 있고, 세월호가 인양되면 세월호 선체 조사를 담당할 조사주체가 없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또는 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이유다. 아울러 세월호 특조위가 제출한 특검은 아직도 법사위에 잠자고 있다.

'이게 국회냐'는 분노로 전화되지 않게

이들 6대 긴급현안은 하루 빨리 중단되거나 바로 잡아야 하거나 추진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국회는 이들 6대 긴급현안부터 해결하면서 적폐청산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눈에 보이는 시급한 과제인 6대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개혁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검찰과 국정원의 개혁, 사법부의 개혁, 언론의 개혁, 재벌의 개혁 등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개혁으로 나아가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소화하기 위한 첫 관문인 6대 긴급현안에 대해서 분명한 의지를 갖고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광장의 민심은 국회로 향할 것이라는 점만 말하고 싶다. 첫 관문을 잘 통과해야 국민적지지 속에서 다음 관문을 보수기득권 진영의 반발을 물리치고 통과할 수 있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가 '이게 국회냐'는 분노로 전화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광장의 시민들은 국회의 분명한 태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 문제들이 해결될 때까지 광장의 촛불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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