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핵공학자가 계산한 <판도라> 시나리오 연구 결과

[기고] '악마의 시나리오', 한국도 열외 아니다

원전 중대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7일 개봉한지 한달 만에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방사능 대량 누출 중대사고가 지진으로 인해 노후원전에서 발생하고, 그 수습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며 사고를 숨기고 축소하기에 급급한 컨트롤타워 부재의 정부.

현 시국과도 잘 맞아 떨어져, 이 영화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전개방식과 유사한 이 영화의 원전사고 가정이 일본의 원전과는 타입이 다른 국내 원전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일본 원자력계가 체르노빌 사고의 원전 타입이 일본 원전과 달라서 일본에서는 체르노빌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일본 원전이든 한국 원전이든 중대사고 전개 과정에서 원자로 내 핵연료 용융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스팀, 수소가스 및 기타 가스로 인해 격납건물 내 압력은 초고압으로 오를 수 있다.

원자로 비상냉각시스템 등이 작동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으면, 구조물의 철근콘크리트 두께가 1.5미터(m) 이든 더 두껍든 격납건물이 파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후쿠시마 사고가 이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중대사고는 막는다. 만약 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를 맞을까?

원자로에서 방출된 지 2-3년 되지 않은 사용후핵연료는 방출열이 높아서 저장조 물이 새거나 증발되어 공기 중에 드러나면 피복재가 물과 발열 반응하여 화재를 일으켜 사용후핵연료 속에 담겨있는 고독성의 고준위 방사성 가스를 공기 중으로 방출한다.

또한 수소가스를 발생시켜 수소폭발로 이어지게 만든다.

2011년 3월 사고 당시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저장조의 냉각수가 줄어들어 사용후핵연료에 화재가 발생하여 그 속에 담겨있는 방사능 가스가 일본 동부지역에 넓게 퍼져나갈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였고, 만약 이 사고가 실제 발생했다면 도쿄를 포함 광범위한 지역의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한다는 결과를 일본 정부에만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관방장관은 "악마의 시나리오"라고 부르면서 일반에게는 비밀로 하였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후쿠시마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냉각수는 실제로 새고 있었다.

천우신조로 당시 핵연료를 빼고 난 원자로 윗부분 구조물에 담겨있던 냉각수가 인접한 저장조로 흘러 들어가 사용후핵연료는 공기 중에 드러나지 않았고, 중대사고를 면했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학 한 연구팀은 후쿠시마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본 면적의 약 8%에 해당하는 31,000 km2 지역의 3천5백만명이 피난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저명한 학술지 <과학과 국제안보>에 게재하였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테러, 사보타주, 북한 미사일 공격 등 인재에 의해 저장조 냉각기능이 손실될 경우, 사용후핵연료의 화재 발생 가능성은 높다.

두께 1.5m 철근 콘크리트 격납건물 내 압력용기 원자로 속에 들어있는 핵연료에 비해,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내 수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더군다나, 현재 국내 경수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저장공간 부족문제로 밀집저장을 하고 있어, 저장조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 저장에 비해 방사능 누출이 20배 정도 증폭된다.

예를 들어, 현재 800톤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는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가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결과를 그림1-3 및 표1에 주었다.

고리3호기 저장조 화재사고에 대해, 방사능 소스 계산은 본인이 수행하였고, 대기확산 계산은 프린스턴대학의 마이클 세프너 박사가 HYSPLIT 컴퓨터코드를 이용하여 수행한 결과이다.

HYSPLIT 컴퓨터코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공식 인정하는 원전 사고 대기확산 방사선 피폭선량 평가 컴퓨터 코드이다.

ⓒ 강정민 미 NRDC 선임연구위원
ⓒ 강정민 미 NRDC 선임연구위원
ⓒ 강정민 미 NRDC 선임연구위원
ⓒ 강정민 미 NRDC 선임연구위원


고리3호기 저장조 화재는 체르노빌 사고에서 누출된 고독성 방사능 기체 세슘137 양의 약 30배 이상이 누출되며, 사고 시 기상조건에 따라 우리나라는 평균 약 9,000 km2 최대 약 54,000 km2 지역이 피난지역으로 변하고, 평균 5백4십만명, 최대 2천4백만명이 피난해야 한다는 계산결과를 나타낸다.

이 계산결과에 대해 본인은 지난해 10월 31일 국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국내 방사능 오염지역의 약 3분의 2 면적은 30년 이상 피난 권고 지역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북한,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까지도 넓은 지역에 걸쳐 심각하게 방사능 오염시킨다는 사실로부터, 이 사고가 단지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 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적 재난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련 대책마련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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