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난민 아기…'버마 판 쿠르디'

버마 정부군 피해 달아나다 사망한 로힝야족 아기

버마(미얀마)군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난 로힝야족 난민 중 생후 1년 6개월이 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 방송 CNN은 이 아이가 2년 전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던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보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4일(현지 시각) CNN은 '로힝야의 아일란 쿠르디 : 세계는 이 아이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망한 아이의 시신을 공개했다. 방송은 아이의 아버지인 자포르 알람 씨로부터 이 가족이 버마를 탈출한 과정을 전했다.

로힝야족인 알람 씨는 버마 정부군의 탄압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 그는 방송에서 정부군의 헬리콥터가 마을에 총을 발사했고, 이 때문에 마을 전체가 불에 탔다고 말했다. 또 이 총격으로 그의 조부모는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의 총격을 피해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가던 도중 알람 씨는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고, 버마와 방글라데시 사이를 흐르는 나프강에 도착했다. 헤엄을 쳐 방글라데시로 넘어가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천신만고 끝에 방글라데시 어부에 의해 구조됐다.

이후 그는 가족들을 방글라데시로 데려오기 위해 난민선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4일 가족들과 통화에 성공했고, 타고 넘어올 배와 가족들을 만나게 했다. 이제 가족들이 배를 타고 방글라데시로 넘어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난민들이 배를 타려던 그 순간, 로힝야족 난민선임을 알아챈 버마 경찰이 이들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배 주인은 어떻게든 이들을 태워서 강을 건너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배는 결국 중간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알람 씨는 다음날인 12월 5일 지인으로부터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방송에 "휴대전화로 아들의 사진이 도착했을 때 할 말을 잃었다"며 "사진을 보는 순간 차라리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 숨진 채 발견된 로힝야족 난민 아이 ⓒCNN 방송 갈무리

알람 씨가 겪은 일은 군의 탄압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버마 내 로힝야족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버마 정부는 여전히 로힝야족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버마의 민주화 투사라고 불리는 아웅산 수지가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방송은 버마 정부 대변인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지난해 11월 12일 헬기가 기총소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무장괴한을 쫓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인접해있는 라카인 주 지역의 경찰 초소가 습격을 받아 9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버마 정부는 이 지역을 봉쇄했고 군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정부군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일종의 '인종 청소'를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 역시 4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버마 정부는 '인종청소'라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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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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