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군중 "박근혜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수갑을!"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서울 60만 명 운집…"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크리스마스 집회가 현실이 돼버렸네요. 두 딸과 함께 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이 집회에 많이 나왔던데 어른으로서 미안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강추위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 행동의 날'에는 주최 측 추산 서울에서만 약 60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집회는 "박근혜 퇴진해야,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됐다. 특히 이날 오후 6시,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1분 소등 행사가 끝난 뒤 광화문 광장 인근에 위치한 정부청사에 '박근혜 구속 즉각 퇴진'이라는 글귀가 레이저 형태로 비쳐져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 정부 서울청사에 비쳐진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 ⓒ프레시안(최형락)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정부 청사를 향해 함성을 지르고 구호를 외치며 이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 공관 등으로 나뉘어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로 가는 행진 인파 속에서는 '광화문 구치소'라는 조형물이 등장했는데,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황교안 권한대행, 안종범 전 경제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정호성 비서관 등이 구치소 안에 들어가 있었다.

▲ '광화문 구치소' ⓒ프레시안(최형락)

헌법재판소로 행진한 시민들은 헌재의 신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는 '뿅망치'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회자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말하면 참가자들이 뿅망치를 의사봉 대신 두드리며 탄핵안을 인용하는 '촛불 헌법재판소'를 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이재화 변호사는 헌재에 "탄핵심판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고, 재판 지연은 또 다른 부역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촛불이 사그라지면 헌재는 언제든 엉뚱한 판결을 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의 힘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하야 크리스마스, 탄핵 크리스마스, 구속 크리스마스"라고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 위원장은 "80년을 산다고 하면 토요일이 4000번이 넘는데, 촛불집회가 9번이 열렸다. 4000번의 토요일 중 겨우 9번이 지난 셈"이라며 "박근혜 퇴진까지 계속해서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 박근혜 퇴진 촉구하는 9번째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크리스마스 선물로 수갑을!

앞서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빌딩 앞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은 청년 3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아이들에겐 선물을, 박근혜에겐 수갑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 행동'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며 자선단체로부터 기부 받은 그림책과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 등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이후 이들은 청와대로 행진, 박 대통령에게 선물과 연하장을 증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연하장 안에는 '긴급 체포 영장' 내용이 담겨 있었고, 선물 상자 안에는 대형 수갑이 들어있었다. 청년 산타들은 박 대통령 모형에 수갑을 채웠다.

▲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 행동'이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며 펼친 연하장. 연하장 속지에는 '긴급 체포 영장'이 들어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 행동'이 박근혜 대통령 모형에 수갑을 걸어주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광화문 광장에서는 산타 복장을 입은 한 참가자가 양파로 저글링을 하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까도 까도 끝이 없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로, 양파에는 '박근혜', '세월호' 등의 단어가 써있었다.

▲ 박근혜와 최순실, 세월호 등이 쓰여 있는 양파를 저글링하고 있는 시민 ⓒ프레시안(최형락)

한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대선주자도 이날 광화문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남인순·송영길·위성곤·유은혜·진선미·홍영표·홍익표 의원 등도 자리를 지켰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사슴뿔 머리띠와 빨간색 스티커를 코에 붙이고 나와 루돌프를 연상시켰고, 손혜원·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산타 복장을 하고 교보문고 앞에서 시민들과 프리허그 행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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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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