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현대건설 공사현장 입간판에 황당한 안전표어가 적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성희롱적 표현은 물론이고 산업재해를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표현 등이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는 것.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건설은 건설노동자를 조롱하고 있다"며 "건설노동자가 아니라 교사나 변호사가 일하다 죽으면 저렇게 될 것이라고 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 표어가 여성에 대한 인식 수준도 매우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성이 남성에 종속돼 있다고 여길 뿐만 아니라, 여성은 산재보상금을 써 없애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며 "철지난 인식을 설파하는 현대건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두고도 "사고 나면 개죽음되는 건 노동자이며 또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노동자의 땀방울을 존중하지 못하고 개돼지마냥 노예처럼 부려먹으려는 건설사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 사회단체가 매년 정하는 '살인기업'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05~2014년 동안 작업 현장에서 11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작년에는 노동·시민단체들이 '2015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건설을 선정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07년과 2012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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