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아침 정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유 의원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되돌렸다고 한다.
문제는, 이때 유 의원은 비박계 의원들 30여 명과 같은 건물 간담회실에서 탈당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전날부터 대대적으로 예고된 회동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알고 있던 유 의원의 이 일정을, 같은 당 원내대표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정 원내대표는 방 주인이 자리에 없는 줄 알면서 빈 사무실을 찾아간 셈이다.
유 의원은 비박계 의원들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가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왔다고 하는데, 만날 예정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황당한 듯 "정치를 좀 진심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정 원내대표는 당초 비박계에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추천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막상 비박이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내밀자 '의원총회에서 정견을 들어 보자'며 한 발 물러났다. 유 의원은 이 '정견 발표' 발언에 "모욕"이라며 격분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친박들의 행태, 그들의 진심을 보면서 (탈당) 결심을 하게 됐다"며 "어제 의원총회장에서 있었던 대화를 듣고 나서는 (탈당을 재고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 원내대표 등 친박계의 입장 변화가 있으면 재고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 없다고 본다"고 자르듯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에도 취임 인사차 야3당 원내대표실을 잇달아 방문했으나, 방문을 거절당하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듯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미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고도 일정 조율 없이 찾아가 박대를 당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려 한 것이 정 원내대표의 목적 아니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락 없이 왔다 간 건 문전박대가 아니라 무단침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심지어 정 원내대표가 방문했을 때 국회에 있지도 않았고, 외부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이번 유 의원 때와 마찬가지로, 주인 없는 방에 찾아간 셈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