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진행된 4차 청문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의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육성 녹음이 추가 공개되는가 하면, K스포츠 재단 직원으로부터 '검찰에 제출된 태블릿 PC는 고영태가 사용하던 것이 맞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또 최 씨가 청와대에서 '집무'를 했다는 의혹 제기도 나왔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이날 오후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대통령의 직접 관여를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육영재단이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감찰관은 "퇴임 후 대통령이 재단을 운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육영재단이 소유 관계로 오랜 송사가 있었듯, 이 재단들도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감찰관은 후에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자신의 사직 이유에 대해 "지난 7월 18일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수사의뢰한 이후 청와대에서 (저에게) '국기 문란'이라는 말을 했고, 그 다음주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제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휴대폰과 업무일지까지 뺏겼다"며 "공직자로서 더 이상 업무를 계속할 수 없었고, 그 상황에서 더 고집을 피우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순실 "그 폰을 냈어? 큰일이네"…K스포츠 직원 "태블릿, 고영태 것"
이날 오후 청문회 도중 박영선 의원은 박헌영 K스포츠 재단 과장에게 질의하면서 최순실 씨의 육성을 추가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파일에 따르면, 최 씨는 노승일 전 K스포츠 재단 부장과의 통화에서 "걔(고영태)는 쓸데없는 얘기 뭐하러 해 그거"라며 "그 폰은 그거 냈대요? 그 폰을 냈대 그래서?"라고 물었다. 노 부장이 "그 폰을 제출했는지 어떤지 아직 모르겠다"고 답하자 최 씨는 "큰일났네. 뭐라고 얘기해야 돼?"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과장은 박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최순실과 고영태가 요청해서 제 이름으로 2개, 제 어머니 이름으로 1개 휴대폰을 만들어(개통해) 하나는 제가 쓰고 하나는 고영태가, 나머지 하나는 장순호라는 분이 썼다"며 "장 씨는 SK와 만날 때 '비덱' 대표로 들어간 분"이라고 증언했다.
박 과장은 또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JTBC에서 보도된 태블릿 PC는 고영태 씨가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 의원이 "청담동 더블루K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종편에서 문제가 된 태블릿 PC를 본 적이 있나"라고 묻자 "네"라며 "(그 태블릿 PC가 종편에서 보도된 것과 동일한지) 그것은 저도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제가 본 것이 종편에서 공개된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그 태블릿을 고영태 씨가 들고 다녔고, 저에게 '충전기를 사 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충전기는 아무 거나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 충전기가 아니다'라고 해서 봤더니 (충전 단자)핀이 예전 거였다. 제가 그것을(구 모델 충전기를) 못 사갔고, 그걸 가지고 고영태 씨가 저한테 핀잔을 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고 씨가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은 아무 자료도 없는 빈 PC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데 대해서는 "저도 모른다"며 "저도 뭐가 진실인지 미스터리로 느껴지는 게 있다"고 했다. 박 과장은 최 씨가 태블릿 등을 자유롭게 다룰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태블릿을 쓰는 것은 못 봤고, 컴퓨터는 어느 정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정동춘 전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자신이 최 씨와 약 5번 정도 통화를 했으며, 자신과 최순실 씨 사이 첫 대화의 내용은 "이사장에 낙점됐고, 대통령이 만족해 했다. 이사장으로 가서…(잘 하라)"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박 의원이 '재단 이사장까지 대통령 재가를 받았단 말이냐'고 확인하자, 정 전 이사장은 "그렇게 들었다"고 했다.
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질의하던 중 "청와대 2층이 부속실인데, 과거 영부인이 쓰던 공간이다. 최순실 등이 이 곳 2층과 관저 등에서 집무 아닌 집무를 보며 청와대 비서관 등을 불러내 왔다는 부분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수석은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다.
최순실 씨에 대해, 조한규 전 세계일보사 사장은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대통령이 최순실·정윤회 부부의 이혼을 권유했고 3월에 이들이 이혼한 것으로 취재했다"며 "비선 실세가 (이들 부부) 두 사람이었다가 이혼해서 한 사람이 떨어져 나가니까 최 씨 한 사람이 '수퍼 파워'가 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 전 사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주 청문회 등에서 '최순실을 모른다'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100% 위증"이라고 주장헀다.
김종덕 "내가 조양호 만나 그만두라 했다…이대 문제, 김종 관련된 것으로 보여"
한편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해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 위원장에게 '청와대의 뜻'이라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김 전 장관이 사실관계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안종범 또는 현정택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화해서 '한진해운 문제에 조 회장이 나서지 않아 대통령이 걱정하고 있다'고 해서, 제가 다음날 아침에 만나 대통령의 우려를 전달하고 '한진해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겠다. 평창 위원장 겸직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더니 (조 회장이) '그러면 제가 관둘게요'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이화여대 문제를 당신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장관일 때 차관이었던 김종이 한 일이다'라고 질책하자 "최근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상당히 그렇게 보인다"고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정유섭, 황영철 의원 등은 질의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문제에 집중했다. 이들은 최경희 이대 총장과 김경숙 학장 등이 정유라 씨를 부정 입학시켜 주고, 그 대가로 이대가 미르재단의 사업을 도맡아 하는 등의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으나 최 총장 등은 전면 부인했다.
정 씨의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최 총장과 김 학장, 남궁곤 입학처장 등이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고 어떤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한 바도 없다고 발뺌하자 황영철 의원은 기가 차다는 듯 "그러면 (입학) 면접위원들이 입학처장 등으로부터 어떤 언급도 듣지 못했는데 (정 씨를 입학시키라는)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냐? 이 증언대로라면 무슨 '우주의 기운'이 작용해서 된 거냐?"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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