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압박 아닌 명령 내리고 있다"

[현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상정 앞둔 국회 앞 '아수라장'

"왜 막아, 니들이 뭔데 막아?"

순간 여의도 국회 앞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평택에서부터 농민들이 끌고 온 일명 '대장' 트랙터 두 대가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였다. 경찰은 트랙터가 불법시위용품이라며 이를 막으려 하자 시민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앞서 시민들 1000여 명은 9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오전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즉각 탄핵' 등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국회 10미터 밖에서만 허용돼있는 집회시위를 이례적으로 국회 정문 바로 앞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회 정문 앞에 경찰 차벽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 경찰에 막힌 트랙터. ⓒ프레시안(허환주)

농민 트랙터 진입에 국회 앞은 일순간 아수라장

전국농민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2대가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 1시께. 경찰은 트랙터 주변을 둘러싸고 강제 견인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견인을 막으려는 투쟁단 농민들과 현장 시민들,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오후 1시 40분쯤 이 가운데 1대가 견인됐고 이후 2시 30분께 나머지 한 대도 견인됐다. 하지만 남아 있는 시민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봉준투쟁단 트랙터는 지난 8일 평택시청을 출발해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현재 경찰은 169개 중대 1만 35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국회 앞 도로를 중심으로 국회 맞은편 인도는 차벽으로, 국회 앞 인도에는 경찰 '인간 벽'을 설치해 시민들이 도로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2차 비상국민행동'이 예정됐지만 행사는 탄핵안 표결이 진행될 때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우리는 국회의원들에게 명령하는 것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는 그간의 갈팡질팡 행보 끝에 이제야 박근혜를 심판대에 올렸다"며 "하지만 오늘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박근혜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까지 정치적 계산과 협상으로 좌충우돌했던 국회 역시 국민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며 "이 와중에도 이정현 등 친박계는 오직 박근혜의 명예를 위해 ‘지금이라도 탄핵을 멈추자’고 주장하고 있고, 비박계는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서 지우라며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는 착각하지 말라"면서 "우리는 국회의원들을 압박하려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민중이 직접 부역자를 청산할 것"

이들은 "국회가 처음부터 자의로 탄핵안을 상정하지 않았다"면서 "성난 민심이 국회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오늘 국회가 민심을 부정하는 표결을 한다면 국회는 더 이상 존재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탄핵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상관없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 운동을 이어나갈 것을 밝혔다. 이들은 "만약 탄핵이 부결된다면, 답은 간명하다"며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대표자의 자격은 일체 부정될 것이며, 민중이 직접 부역자들을 청산하고 권력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단 하루도 박근혜의 임기가 이어지고 그 부역자들의 통치가 계속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많은 이들이 오늘을 ‘운명의 날’로 표현하고 있지만, 오늘 표결로 박근혜가 내려가는 것도, 그 부역자들이 청산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표결을 만들어낸 것이 광장의 촛불이었다면, 앞으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실현시키는 것 역시 광장의 촛불"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경찰이 트랙터를 막자 경찰을 저지하는 농민들. ⓒ프레시안(허환주)

▲ 경찰과 대치 중 쓰러진 시민.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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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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