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 제초제는 발암 물질

[의료와 사회] GMO 작물 규제 이유

GMO 작물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몬산토'와 전 세계 시민사회 진영과의 싸움은 2015년 3월 이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몬산토가 개발해 광범위하게 사용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발암추정물질(그룹2A 발암물질)'로 평가해 분류했기 때문이다. 그간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던 글리포세이트가 공신력 있는 국제 학술기구로부터 '2급 발암물질'로 인정된 것이다.

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 여부가 GMO의 인체 건강 영향 논쟁에서 중요한 이유는 몬산토의 GMO 작물이 글리포세이트가 함유된 제초제에 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 제초제를 뿌리면서 재배되기 때문이다. GMO 작물을 키우는 밭에 글리포세이트가 포함된 제초제를 살포하여, GMO 작물만 살리고 다른 잡초는 죽이는 방식으로 GMO 작물은 재배된다.

이 때문에 GMO를 반대하는 이들은 GMO 작물에 글리포세이트가 다량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험하다는 주장을 폈고, 몬산토 측은 글리포세이트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두 주장은 그간 팽팽히 맞서 왔는데 최근 국제암연구소의 결정으로, 그 균형추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 GMO 종자와 세트로 팔고 있는 제초제. ⓒMike Mozart

GMO 반대 운동 진영 입장에서 GMO를 규제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거론된 것은 크게 보아 세 가지다. 첫째, GMO 작물은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파괴한다. 둘째, GMO 작물은 인체에 유해하다. 셋째, GMO 작물은 농민을 다국적 회사에 경제적으로 종속시킨다.

이러한 논거 중 현재까지 과학계 내에서 가장 지지를 받지 못하는 주장은 GMO의 인체 유해성과 관련된 주장이다. 물론 GMO의 인체 유해성과 관련된 실험과 연구가 없지 않았으나, 아직은 GMO가 인체에 위험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GMO 작물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의 증가, 예기치 못한 독소의 생성, 영양의 질의 변화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증거가 부족한 상태이고 이러한 추정은 향후 증명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인체 유해성과 관련된 연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므로 '사전 주의의 원칙'에 근거하여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 않지만, GMO 작물의 인체 유해성 증거의 질과 양이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GMO 작물에 어쩔 수 없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은 제초제 글리포세이트가 발암물질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 표1.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 :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그 증거 또는 연구 성과에 따라 그룹1, 2A, 2B 등으로 나눈다.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그룹 1 발암물질을 1급 발암물질, 그룹 2A와 2B를 2급 발암물질로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발암물질의 분류는 발암성의 강도 및 위험성과 상관없이 증거의 양과 질에 따른 평가이기에 이러한 표현은 부정확한 명명법이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한 농부들에게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혈액암 발생이 증가하였다. 실험실에서 동물을 대상을 한 연구에서 글리포세이트를 먹인 동물에게 각종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여러 번 증명되었다. 글리포세이트가 인간의 유전자와 염색체에 손상을 가한다는 사실도 실험실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암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글리포세이트는 상대적으로 몬산토의 GMO 작물에 많이 뿌려졌지만, 다른 작물에도 많이 뿌려졌고 가정용 제초제에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보리밭에 글리포세이트를 뿌리고 재배한 까닭에 독일 맥주에 글리포세이트가 미량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글리포세이트 사용량은 미국에서만 지난 40년간 250배 증가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10배나 증가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몬산토의 주장만 받아들여 각국의 정부가 글리포세이트 사용에 대한 규제를 소홀히 한 결과다. 글리포세이트를 둘러싼 논란은 특정 유해물질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결론은 의혹이 제기된 후 적어도 40~50년 후에나 낼 수 있으므로, 사전 주의의 원칙에 기반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식품안전청이 2015년 10월 국제암연구소의 3월 평가와는 정반대로 글리포세이트는 인체에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은 독자적인 평가 결과, 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유럽 및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과학자 94명이 연서(連書)를 통해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의 평가 결과는 문제가 있고 신뢰할 수 없다는 성명을 학술지에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은 특별한 이유 없이 글리포세이트의 인체 발암성에 대한 연구 결과, 동물 발암성에 대한 연구 결과 일부, 인체 유전자 독성에 대한 실험실 연구 결과 일부를 증거에서 제외하였다. 둘째,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은 발표된 논문 결과를 중시하지 않고, 기업이 연구비를 지원하였지만 학술지에 발표되지 못한 부실한 연구 결과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을 평가했다. 국제암연구소의 평가는 발표된 모든 연구 결과와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이 언급한 발표되지 못한 자료까지 모두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므로 더 신뢰할 만하다.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의 평가는 ‘투명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참고문헌의 인용이 편집되었다. 저자의 이름도, 연구비 지원처도 밝히지 않은 연구보고서를 평가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였다. 유럽연합 식품안전청이 시행한 평가 방법은 과학계 내의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학계의 논란은 몬산토라는 거대 기업과의 싸움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몬산토는 국제암연구소의 평가 결과 발표 이후 과학계와 정치 집단, 정부 관료 등에 대해 전방위적 압력과 로비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리포세이트의 건강 위험은 암 발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이루어진 동물 실험 등에 의하면 글리포세이트는 간, 신장 독성이 의심되고 있고,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발달 장애, 대사 장애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선천성 기형 발생 가능성도 논란 중이다. 항생제와 비슷한 작용을 해서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키고 인체에 해로운 세균을 확산시킬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수확 전에 다량의 제초제를 살포하는 형태로 GMO 작물 농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옥수수, 콩, 캐놀라 등의 GMO 작물에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는 빈도와 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원 작물뿐 아니라,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에도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2012년 영국 정부 당국이 시행한 검사에서 빵 샘플 109개 중 27개에서 1킬로그램당 0.2밀리그램(0.2mg/kg) 이상의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었다. 2011년 미국 정부 당국의 검사에서 300개 콩 샘플 중 90.3%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었다. 정부 당국 검사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진 검사에서는 더 많은 양의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글리포세이트가 다른 화학물질과 혼합되어 제초제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글리포세이트는 계면활성제 등 다른 물질과 혼합되어 제초제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그 독성이 더 증가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이 생기는 식물이 많아짐에 따라 2-4-D 등 다른 독성물질과 혼합하여 출시되는 제초제가 늘고 있다. 화학물질은 혼합되어 사용될 경우 그 독성이 배가 될 가능성뿐 아니라 어떤 상호작용이 생길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의 독성에 대한 지식이 쌓여감에 따라 각국 규제기관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2013년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금지했고, 콜롬비아는 비행기로 살포하는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글리포세이트가 포함된 일부 제초제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고, 독일 소비자보호 장관은 가정용으로 쓰이는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의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환경청은 미국 주 중 최초로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등록하고 그에 합당한 관리 규제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몇 번에 걸친 논란 끝에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금지하지는 못했지만, 2017년 말까지로 사용 기한을 정해 놓고 그 이후 사용 금지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와 결정을 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 굼뜨고 안이하다.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는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 중 하나다. 특히 자살 수단으로 사용되던 '그라목손'이 2012년에 사용 금지된 이후 그 사용이 더 늘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5년에만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가 1900톤(t)가량 출하되었다.

농약관리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국제기구, 외국정부, 유럽연합(EU) 등에 의하여 해당 품목 또는 유효성분이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명되는 경우', 농촌진흥청장은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쳐 특정 농약의 등록사항을 변경 또는 등록 취소를 하거나 그 제조·수출입 또는 공급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국제암연구소의 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이를 근거로 2015년에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열고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발암성 재평가를 하겠다고 밝혔고, 재평가 완료 시까지 등록 및 출하량 제한 조치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글리포세이트 발암성 재평가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농약 관리 체계뿐 아니라, 식품안전 관리 체계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할하는 '농산물의 농약 잔류 허용기준'에는 '감귤, 밤, 포도, 고추, 인과류, 복숭아, 쌀'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기준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허용기준만 있을 뿐 정부기관이 농산물 중 글리포세이트 잔류량 검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농산물뿐 아니라 고농도의 글리포세이트가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많은 수입 GMO 콩, 옥수수 등과 GMO 콩,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글리포세이트 잔류량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연구자가 측정했을 때 브라질에서 재배된 GMO 콩으로 만든 두부에서 1킬로그램당 1.1밀리그램(1.1mg/kg)이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잔류 글리포세이트 검출이 확인된 바 있으므로, 수입 GMO 작물 및 그것으로 만든 가공식품의 글리포세이트 잔류량 검사는 꼭 필요하다. 국내 수입 GMO 콩의 50%가량이 브라질 산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US FDA)은 2016년부터 콩, 옥수수, 우유, 달걀 등의 식품에 대해 글리포세이트 잔류량을 검사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농약 관리 당국 및 식품안전 관리 당국의 대처가 안이하고 굼뜨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당장 글리포세이트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문헌

- 농촌진흥청, 'GMO에 제초제도 국민 입에?' 및 '올바로 먹고 덜 분노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칼럼 관련 설명자료. 2016.3.7.

- IARC monograph 112 : Glyphosate, 2015.

- Landrigan, Philip J., and Charles Benbrook. "GMOs, herbicides, and public health."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3.8 (2015): 693-695.

- Portier, Christopher J., et al. "Differences in the carcinogenic evaluation of glyphosate between the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 and the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 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2016): jech-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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