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사유에 하나 더 추가됐다"

야당-시민단체 "한일 군사정보협정 무효화 할 것"

박근혜 정부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강행하자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면 안되는 이유가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협정을 무효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10개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23일 오전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의 자격도, 능력도 없는 박근혜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군사 작전하듯이 강행한 이 협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협정 체결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고착화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뒷받침 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국회 동의는커녕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국방부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의 동의권도, 사회적 합의도 철저히 무시한 채 식물 대통령의 지시로 체결된 이 협정은 전면 무효"라면서 "1년 단위로 연장되는 이 협정을 취소시키고 지금의 혼란을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협정에는 "이 협정은 1년간 유효하며, 그 후로는 어느 한쪽 당사자가 다른 쪽 당사자에게 이 협정을 종료하려는 의사를 90일 전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1년씩 연장된다"고 명시돼있어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협정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늘로써 박근혜가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 안 되는 이유가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지난 4년 동안 국방·외교·통일 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규정한 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역대 국방부가 체결한 협정을 보면 가서명이 끝나고 본 서명까지 7~8주가 걸렸지만 이번에는 불과 일주일 만에 체결했다"면서 "2012년 협정 체결 추진 당시에서는 협정문을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조항 한 줄도, 체결 배경도 공개하지 않았다. 무슨 저의가 있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없는 '식물 국무회의'에서 협정을 의결시켰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국민을 안보 찬반세력으로 분할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두고 "이 와중에도 정권 안보에 혈안이 된 대통령과 정부의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발효가 됐지만 우리는 즉시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헌법 재판소에 청구하고, 국회에서도 지속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협정을 무력화하고 원천 무효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사회단체 및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 서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협정과 관련 "헌정 파괴, 국정 농단도 모자라 군사 주권까지 팔아먹는 매국 정권의 매국 국무회의가 벌어졌다"면서 "국민을 배신한 굴욕적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협정을 주도하고 동조한 모든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서 안보를 이슈화함으로써 보수단체를 자극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누어서 남남갈등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협정을 밀어붙인 숨은 의중"이라며 "안보조차 정쟁 도구화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습이 오히려 탄핵 사유로 하나 더 추가될 뿐"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위안부' 할머니, 역사교과서 등 모든 것이 미완인 상태에서 그렇게 일방적이고 굴욕적으로 협정이 체결되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다시 팔아버리는 것"이라며 야당과 공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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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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