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광화문에서 깃발을 든 이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 시국회의를 결성한 이유

촛불로 물든 광장을 가득채운 시민의 외침이 모든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사회 정의를 요구하며 기득권에 저항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종북 좌파', '빨갱이'로 몰아붙여 사회 분열을 조장해온 보수 언론들조차 광장의 빨갱이들과 한 편이 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시민 혁명이라 할 만 하다. 혹자는 대통령이 살신성인하여 유일하게 '국민 대통합'이라는 공약을 지켰다고 하니,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복지 국가 운동하는 사회복지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일주일 전,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당산동)에서 복지 국가 운동 사회복지사들의 상견례가 있었다. 스스로 복지 국가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 이들이 서로 인사와 생각을 나누고 연대 방안을 토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복지300, 복지마중물, 사회복지 노동조합, 서울복지 시민연대,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 복지 국가 특위,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유쾌한 정치연구회' 등의 단체 또는 학습 모임의 회원들이다.

이날 모인 사회복지사들은 모든 시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보편주의 복지 국가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복지 국가가 무엇인지? 어떤 복지 국가가 존재하는지? 복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복지 국가 한국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공부하고, 토론하고, 행동(복지 국가 촛불)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지역 사회와 사회복지 시설에서 삶이 힘겨운 이웃과 함께 보내는 이들이 복지 국가 운동/학습을 하는 이유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사회적 사명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짜놓은 구조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과 좌절,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복지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사회복지 시국회의로

우리는 일주일 만에 청계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 복지 국가는커녕 상식과 기본이 무너진 나라, 그 주범인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송파 세모녀와 같은 400만이 넘는 빈곤층에 부정과 불법의 낙인을 씌우며 폭력을 가하고 수급권을 탈락시켜 죽음으로 내몰리는 나라,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나라, 병원비가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나라, 노인 빈곤율이 50%에 달하고 자살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나라,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의 죽음 앞에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부끄러운 나라를 만든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11월 3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사회복지인 1510인의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서울 사회복지계에 근무하는 1만여 명의 사회복지인 중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사회복지 업무의 특성상 며칠 동안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조직된 것이므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복지 국가 운동 상견례에 참여했던 30여 명의 사회복지사가 1510인이 함께 하는 사회복지 시국선언을 이뤄내고, '사회복지 시국회의'를 결성했다.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사회복지 시국회의 깃발을 들었다. 수많은 깃발 중 하나가 되었고, 민중 궐기 행렬의 일부가 되었다. 11월 12일 대학로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보신각을 지나 시청 광장으로, 시청 광장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우회하여 경복궁역까지 행렬의 선두에 섰다.

▲ 사회복지사들이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사회복지 시국회의' 깃발을 들었다. ⓒ사회복지시국회의

99도 행복한 복지 국가를 위하여

우리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 퇴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다. 1대 99의 사회, 1이 지배하고 99는 노예로 전락하는 사회를 거부한다. 1은 다시 0.1과 0.9로 나뉘어 서로 0.1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99는 다시 1대 98 또 1대 97 또 1대 96으로 끊임없이 1이 되기 위해 약자를 짓밟는 승자독식 사회를 거부한다. 1에게는 위험이 기회가 되어 더 큰 부를 축적하고, 99는 위험 앞에 속수무책 고통받는 위험 불평등 사회를 거부한다.

99의 대중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복지 국가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 99가 1이 되려 하지 말고, 연대해야 한다. 1에 맞서 싸워야 한다. 99의 연대를 만드는 일, 사회복지사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모두 거리로 광장으로 나올 수는 없다. 한시도 눈을 땔 수 없는 현장도 있으니, 각자의 자리에서의 역할도 소중하다. 그 동안 복지 국가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온 학습과 토론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학습과 토론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토양과도 같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시국회의는 복지 국가 한국을 열망하는 사회복지인들의 연대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내일도 광장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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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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