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14일 오전 10시로 알려진 출두 시각보다 30여 분 먼저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들의 허점을 노린 '기습 출두'였다.
안 전 비서관은 검찰청 앞 포토라인을 거치지 않고 옆문으로 바로 청사에 들어갔으며, '포토라인에 서라'는 기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붙은 취재진들에게는 "검찰에 올라가 말씀드리겠다"는 말 한 마디만 남겼다.
이날 <국민일보>는 안 전 비서관이 국가정보원 안전가옥(안가)에서 국정원 간부를 수 차례 만나, 최순실 씨에 대한 국정원 내부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국정원은 안 비서관 외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도 동일한 내용을 보고했고, 청와대는 국정원 직원들이 최 씨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을 차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안 전 비서관에게는 국정원 모 국장이 직접 만나 정보를 전했고, 우 전 수석에게는 이 국장 휘하의 처·과장이 국정원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게 한 '사정 당국 관계자'가 신문에 전한 내용이었다. 비선 보고 내용 중에는 최 씨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었으며, 최 씨를 조사한 다른 국정원 직원들은 좌천됐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최 씨 관련 정보 수집팀을 지휘한 이 국장급 간부는 2013년 청와대 파견 근무시 '박원순 제압' 문건을 작성한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또 전날 채널A 방송은 지난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사이, 최 씨가 청와대 내부 인사에 개입한 통로 역시 안 전 비서관이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최순실 씨가 '정윤회 비선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행정관 등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 13명을 교체하라'고 안봉근 당시 제2부속비서관에게 지시했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안 전 비서관은 교체 대상 경찰관들의 명단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안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최 씨가 청와대 관저를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청와대 행정관이나 차량 등을 지원하는 등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안 전 비서관이 검찰에 출두한 지 1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검찰 청사 앞에 나타났다. 기자들이 '문건 유출이 박 대통령의 지시냐', '정호성 전 비서관이 문건을 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최순실 씨와 얼마나 자주 만났나' 등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전 비서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한 마디만 남겼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서 보안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최 씨에 대한 문건 유출 사건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검찰에 구속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 씨에게 문건을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전 비서관의 조력 혹은 최소한 방조·묵인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지난 10일 <서울신문>은, 최순실 씨의 '논현동 비선 회의'에 이 전 비서관도 참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이 전달한 '30센티미터 분량'의 청와대 회의 자료를 놓고 열렸다는 이 회의에 대해, 한 관계자가 "정권 초기 최 씨 사무실에서 열렸던 측근 그룹 회의를 자신들은 '청와대 회의'라고 불렀다"며 "정호성 비서관이 계속 문건을 들고 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 멤버는 분명히 이재만 비서관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안봉근·이재만 두 사람이 청와대 대외비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하는 데 관여했는지,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최 씨의 국정 개입을 도왔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두 사람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이르면 16일께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검찰 조사에 대한 준비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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