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했지만…오바마 "트럼프 자질없다"

오바마-트럼프 '첫만남'…오바마 정책 뒤집히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만남을 가졌다. 양측은 이 만남에서 정권 인수인계 문제를 협의했다.

10일(이하 현지 시각) 백악관에 도착한 트럼프 당선자는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업적인 '오바마 케어'를 비롯해 이민 관련 행정명령, 이란핵협정 등의 폐기를 공언해왔기 때문에 실제 양측이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을지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1시간 30여 분 동안의 회동을 마친 이후 트럼프 당선자는 "예정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몇몇 어려운 일과 그동안 이룩한 위대한 일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상황을 논의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가 언급한 '몇몇 어려운 일'은 본인이 폐기하겠다고 말했던 오바마 정부의 주요정책들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어 "원래 10~15분 정도 만남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1시간 30분이나 만났고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남이 영광이었고 앞으로 더 많이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현 정부는 트럼프 당선자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정권 인수인계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2개월 동안 당선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권 인수 작업을 촉진하겠다"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여러 이슈에 대해 내 팀과 함께 일하는 데 관심이 있어서 매우 고무됐다"고 덧붙였다.

▲ 1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AP=연합뉴스


트럼프의 부인인 멜라니아도 이날 백악관 관저에서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회동을 가졌다. 백악관에서 대통령 부부와 만난 트럼프 당선자 측은 이어 의회를 방문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과 만남을 가졌다.

화합하는 장면 연출했지만…여전히 "트럼프, 대통령 자질 없다"는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가 1시간 30분 동안 만남을 가졌지만 양측이 선거 전부터 이어온 감정들을 털어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주장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대통령의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펼칠 기회를 가졌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했다"면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이 선거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어니스트 대변인은 "대통령은 본인이 (트럼프 당선자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원만한 정권 인수를 위해 국민이 선택한 인물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도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반대시위가 이어졌다.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반대 시위는 동부지역인 수도 워싱턴 D.C와 뉴욕에서도 일어났다.

9일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트럼프 반대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맨해튼에서 트럼프 타워까지 행진하며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를 탄핵하라", "트럼프가 미국을 증오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등의 구호를 외쳤다.

심지어 뉴욕 지하철 창문에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라는 문구가 붙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경찰은 트럼프 당선자의 거주지인 트럼프 타워 주변에 바리케이드와 콘크리트 벽을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찾은 10일에는 워싱턴 D.C에서 100여 명의 시위대가 트럼프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까지 행진을 벌였다.

서부지역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학생 약 1000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고 로스엔젤레스에서는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하루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최소 1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밝혔다.

▲ 10일(현지 시각)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연합뉴스

온라인 상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반대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체인지'에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이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까지 이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1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클린턴 후보가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졌지만, 전체 득표에서는 앞선 결과가 나오자 클린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클린턴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각 주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한 결과를 선거인단이 바꿀 가능성은 전무하다. 538명의 선거인단은 오는 12월 19일에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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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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