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햄버거 먹겠다"던 트럼프…한반도는 어디로?

오락가락 북한 발언, 대통령 당선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외적으로 고립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한반도 및 대북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 및 주한미군 철수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국을 비롯한 동맹 국가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왔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를 보호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면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25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흔쾌히 (군대를) 철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그 정도의 돈(분담금)을 쓸만한 여유가 없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겠다면 내 대답은 군대 철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선거라는 국내 정치 과정이기 때문에 선거 중에 대외관계에 대해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한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외교 안보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지식이나 신념, 철학을 가지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면서도 "당선이 된다면 본인이 했던 이야기를 완전히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교‧안보정책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고, 트럼프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기득권을 깨뜨려야 한다는 공약을 이미 했다"면서 "기득권이 조성해 놓은 국제 정치를 깨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기 때문에, 특히 집권 초기에는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후건 경남대학교 교수 역시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겠다는 트럼프의 공언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선택지는 실행 여부의 문제이지, 미국 정부가 늘 가능했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을 예로 들자면 방위비를 올리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방위비 분담금은 당연히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분담금 압박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문제다. 한국에 대한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동맹에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방위비 분담을 지금보다 조금 더 내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해당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핵 무장을 원한다면 승인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이 지금과 같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은 나와 상의할 필요 없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핵 무장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후건 교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에 맞춰져 있다.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선인이 대통령에 정식으로 취임하고 해당 사항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난 뒤에는 당연히 국익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락가락 트럼프, 대북정책은?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한 질문에서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 자(김정은)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핵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혀 김 위원장과 만남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초기에 기존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해 리뷰를 할텐데, 이와 다른 것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미국은 북한에 대한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있고 북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대북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은 미중 간 대결 속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구실로 쓰이고 있다"며 "게다가 트럼프 본인이 아웃사이더이긴 하지만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에 대화의 필요성보다는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집권 1년 차에 정책 파트너인 한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적인 불안정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 간의 일치된 정책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후건 교수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속에서 대북 정책이 정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러시아를 미국의 파트너 혹은 대리인으로 생각하고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국익은 챙겨 놓되 북핵 문제를 러시아와 공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렇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는 클린턴보다 협상하기가 더 까다로워질 수도 있다. 러시아가 완벽한 친북 국가도 아닌 데다가, 트럼프와 푸틴이 가까워진다면 기존의 소위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깨지는 것인데, 이런 국면에서 북한은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의 대결 구도 속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영향을 축소시킬 수 있었다"며 "그런데 만약 동북아의 지형이 바뀌고 러시아가 여기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면 북한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러시아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미국에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교수는 "만약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해주고 여기에 트럼프가 편승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좋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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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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