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원한다면 승인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이 지금과 같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은 나와 상의할 필요 없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와 함께 한다고 해서 그 나라의 안보가 튼튼해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동아시아의 핵무장을 억제했던 그동안의 미국 입장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후보는 "흔쾌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철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정도의 돈을 쓸 만한 여유가 없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겠다면 내 대답은 군대 철수"라고 못 박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도 일정한 대가를 요구했다. 트럼프 후보는 "IS(이슬람국가)를 격퇴하기 위한 육군을 보내지 않으면, 사우디로부터 더 이상 석유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는 엄청난 자금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은 사우디를 위해 대단히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보호 없이 사우디는 오랫동안 존속할 수 없다. 우리의 보호가 없다면 재앙적인 실패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노골적이고 위협적인 발언도 쏟아냈다.
트럼프 후보의 이 발언은 미국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등 동맹국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들이붓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이들로부터 돌려받은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후보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이는 미국이 외부에 대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외교적 '고립주의' 또는 '불(不)개입주의'를 뒷받침하는 주요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외교 전략이 고립주의가 아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고립주의가 아닌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외교 관계에 있어 국익이나 동맹만이 아닌, 얼마나 미국에 친근하냐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트럼프 후보는 "우리는 중국을 압도할 경제적 힘이 있다. 그것은 무역의 힘이다"라며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경우 뻔히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도청한 것과 관련, 동맹국에 대해 도청이나 염탐을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서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염탐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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